삼세판, 더도 덜도 없이 꼭 세 판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승부를 볼 때 가위 바위 보와 같이 삼세판을 자주 사용한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아예 삼세판을 정하는 경우도 많다. 굳이 우열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삼세판으로 부족할 수도 있다. 

최근 공주시의회의 모습이 마치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시민을 위한 일에 승자와 패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덤비니 꼴이 가관이다. 

지난 9일 폐회한 제197회 임시회에서도 구태가 반복됐다. 상임위를 통과한 사안이 또다시 수정발의를 통해 뒤집히는 촌극이 빚어졌다. 원안가결을 호소한 뒤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수정안 찬성에 거수하는 차마 웃을 수 없는 코미디가 연출됐다. 

벌써 4번째다. 예결위를 통과한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구태가 반복되면서 사상초유라는 말이 식상할 정도다. 수적 우위를 앞세워 시민들의 행복과 직결된 예산을 떡 주무르듯 하는 것은 보기 딱할 정도로 민망하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은 당연하다. 

승부의 세계도 아니고 삼세판이면 족했다. 그들이 보이고자 했던 것이 세 과시라면 세 번으로 충분했다.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고 했다. 사실상 7대 의회의 마지막 회기까지 명분 없는 싸움으로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혐오로까지 이어져서야 되겠는가? 

그들이 내세운 견제와 감시는 한 낫 허울에 불과하다. 의회민주주의도, 원칙도, 기준도, 배려도, 동료의식도 어느 것 하나 찾을 수 없다. 너와 나는 하나가 될 수 없고, 내가 최고고 내가 곧 법이라는 자만심만 가득할 뿐. 

허위사실 유포라며 검찰에 고소까지 한 주민자치예산은 이번 추경에서 어물쩍 넘어갔다. 고소에 참여한 6명 모두 꿀 먹은 벙어리였다. 이러니 원칙도 기준도 없는 소위 ‘본 때 보여주기’ 식의 한풀이쯤으로 치부 받는 이유다. 

“마지막까지 이러네”라며 혀를 차는 동료의원들과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라며 가엾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집행부 공무원들의 시선, 성난 시민들의 아우성까지 의회를 바라보는 눈은 차갑다.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조차 안하무인격인 시의원들의 행태에 시민들의 공분이 높아지고 있다. 감투싸움과 당파싸움을 일삼는 그들이 무슨 낯으로 또다시 표를 달라고 구걸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결과도 이번 선거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주민자치협의회가 내건 플래카드를 훼손한 범인이 잡혔지만 아직까지 그 배후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또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건도 혐의 없음으로 인정될 경우 현역 시의원들의 도덕성에 큰 오점이 남게 된다. 

밥그릇 싸움과 감투싸움으로 점철된 7대 의회는 지난 4년 내내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동료의원 간 고소고발도 끊이지 않았다. 각종 행사 시 의전문제부터 국내외 출장 시 수행 공무원을 하인 다루듯 하고, 조례나 예산권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상전 노릇하려는 태도에, 일부 의원들의 외유성 논란까지. 

생사여탈권을 쥔 시민들이 ‘시의회 해체’까지 거론하는 것은 의회의 절박성 보여주는 대목이다. 꾸짖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구태를 벗지 못한다면 시민은 회초리를 들 수밖에 없다. 주자교체, 세대교체 여론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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