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닷되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승원은 골목길에서 종종 보곤 하던 군수집 딸 초영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시와 소설을 쓰며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던 승원이지만 초영의 오빠 이주성도, 친구인 문영철도 그에게 그 꿈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힘들어할 때마다 크고 탐스러운 유자를 보았던 태몽을 이야기하며 그를 격려한다. 초영의 동생 주인을 통해 승원에게 책을 빌려주며 둘의 사이가 진전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는 그에게 실망하고 곧 연락을 끊는다.그해 늦은 여름의 어느 날 초영의 동생인 주인이 찾아와 초영의 소식을 전하고, 그는 문득 삭발을 하고 한 자 한 자 써내려간다. 마침내 승원은 단편소설 ‘목선’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된다. 한승원은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이 도깨비에게 영혼을 저당 잡히고 쓴 소설이라고 적었다. 글쓰기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젊은 작가들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든 집념, 이 결연한 소설가의 각오는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이 유년 시절의 이야기는 누구나 겪었으며 누구나 얘기하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기록이다. 여물지 않은 마음을 풋바심하다 많은 실패를 경험하지만 결국 머리를 깎고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가의 모습은 모든 문학청년의 자화상이다.저자: 한승원 출판사: 문학동네(구)포도원(도) 영풍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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