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공직자들에게 공사(公私)를 엄격히 구분하라고 질타했던 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면서 정치판에 엄청난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
목표물을 향해 던져진 부메랑이 그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히지 못할 경우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김 원장은 까맣게 잊었음직하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지역 원주민들이 무기로 사용해왔던 부메랑이 오는 6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전핀이 빠진 채 어떤 부메랑이 누구에게 되돌아갈지도 모른 채 허공을 종횡무진 날아다니고 있다.
인간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좋아하는 구경거리가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다. 정작 당사자는 ‘죽느냐, 사느냐’가 달린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는데도 이를 구경하는 사람은 단순히 자신의 흥미를 돋구워 주는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습성이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평균적으로 1년에 한 번 정도 치러지고 있는 선거도 세인들에게는 큰 구경거리로 등장한지 오래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누가 당선되든 승패는 상관하지 않는다. 당사자 직계는 물론 사돈의 8촌까지 들먹여지면서 무덤까지 가져가야 했던 그 사람들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상에서 엔돌핀을 느끼려하는 고약한 심보가 선한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당색깔을 나타내는 형형색색의 옷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자신을 바라다 봐주든 그렇지 않든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유권자로 여겨지는 사람) 앞에서는 어울리지도 않는 미소를 연신 띠며 제 할 일을 다 한다. 그러면서도 뒤편에서는 상대방 헐뜯기를 서슴지 않는다. 김 원장과 같이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선거판에서는 특히 당선이 유력시 되는 후보일수록 네거티브의 대상이 된다. 후보단일화라도 한 것처럼 선두를 달리는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는 무참(無慘)할 정도로 인정사정이 없다. 그러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아니면 말고’다. 참 간단명료해 보이는 것 같다.
어느 곳이나 같은 현상이겠지만 예산지역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아직은 예비후보등록 단계여서인지 몰라도 겉으로는 조용한 것 같아도 내면적으로는 특정 후보자에 대한 음해성 루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선거 끝판에 가면 무슨 사단이라도 날듯 싶다.
‘아니면 말고’라는 무책임한 사고가 부메랑이 돼서 자신에게 되돌아 올 때는 김기식 원장의 사퇴 촉구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쯤은 해야 할 것이다.
예산=이회윤 기자 leehoiy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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