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철 박사(배재대 산학사업·창업·LINC+ 팀장)

 

 

봄은 꽃의 계절이다. 추운겨울 북풍한설을 묵묵히 견뎌낸 초목들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꽃을 피워낸다. 눈 속에서도 꽃망울을 터뜨렸던 매화, 동백의 만개(滿開)에 이어 이른 봄을 알리는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가 거의 동시에 피어난다. 지난 주 학생들에게 이른 봄에 피는 꽃의 특징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다양한 대답들이 나왔지만 ‘꽃잎 색깔이 장미나 튤립처럼 강렬하기보다 밝고 화사하다’, ‘향기가 거의 없다. 있어도 은은하고 잔잔하다’,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등으로 답했다. 그렇다. 이른 봄에 피는 꽃은 대개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봄꽃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벚꽃이다. 진해 군항제를 시작으로 시간차를 두고 다양한 벚꽃축제를 벌이니 봄꽃 향연(饗宴)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봄을 시샘하는 비라도 내리면 그 비는 꽃비가 된다. 봄은 생명의 기운이 꿈틀거리는 청춘(靑春)의 계절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느끼는 봄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해보지 못한 구직자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부터는 밀레니얼(Millennial)세대, 에코붐 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약 39만 명)가 향후 4년간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구직자의 수(실업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풍족한 환경 속에서 자라났을 뿐만 아니라 학력도 높아 한정된 좋은 일자리 선호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고 본인과 부모의 급여나 사회적 기대수준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 취업을 포기하거나 부모님에게 의지해 창업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정부에서는 추경을 통해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에게 연간 1000만 원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력양성과 일자리 창출을 맡은 해당부처에서도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선거와 맞물려 확정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이러한 사업이 가시화돼 성과를 내려면 중소기업 체질개선과 직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 교육현장 문제를 인식해 제도에 반영하는 등 다양한 보완책들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선택해 하향 취업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T.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고 말했다. 올해는 유난히 봄비가 많이 내려 봄 가뭄 걱정은 없다고 하니 다행이다. 글을 쓰는 오늘도 봄비가 촉촉이 내린다. 몇 일 전 배재대학교 LINC+ 사업단에서 3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취업에 대한 희망을 적어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학생들이 대학 4년 동안 소중히 만들어 온 취업에 대한 꿈과 희망이 봄 하늘로 높이 날아오르길 소망해 본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