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대전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경사

 

현재시각은 07시15분 조금은 이른 아침이다. 출퇴근길 교통량이 많은 대전 유성IC 3가에서 교통근무를 하는 중이다. 아스팔트 위는 언제나 매연과 소음이 가득하다. 이곳은 항상 위험이 존재하며 예측불허의 상황이 펼쳐져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어느새 사방에서 모여드는 차량이 한산했던 도로를 가득 채워 차량의 주행속도가 조금씩 느려진다. 많은 차량이 고속도로로 진입하려고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지금부터 교통경찰은 더 많은 손짓으로 수신호를 하고 우렁찬 호각 소리를 뿜어낸다. 교차로 꼬리 끊기와 신호 준수 등 안전운전과 교통법규 준수를 유도해 원활한 소통과 교통사고를 예방을 위해서다.

이때 IC 진입로 부근에서 요란한 경적 소리가 연속해 울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의 행렬이 멈추면서 하나둘 밀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200여 m 떨어진 월드컵 4가까지 정체가 이어진다. 도로는 이미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다.

경적 소리의 발생지점으로 급히 달려가 보니 흰색 경차 한 대가 2차선 정중앙에 걸쳐있는 상태에서 비상등을 켜놓고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운전석 쪽으로 가보니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께서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 못하고 계셨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큰일 난당께, 돌아 나와야 혀”라고 말씀하신다. 어르신은 길을 착각해 톨게이트로 진입하여 다시 돌아 나오려고 하셨던 모양이다.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신호를 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하신다.

일단 정체를 수습하기 위해 어르신을 옆 좌석에 안전하게 탑승하도록 한 다음 경차를 직접 운전해서 IC로 진입해 회차로를 통해 돌아 나왔다. 얼마 후 정체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다행이었다. 어르신께 안전운전을 당부 드리며 목적지까지 가실 수 있도록 안내를 해 드렸다.

뒤따르던 운전자들은 바쁜 출근길에 2개의 차로를 막아 놓았으니 얼마나 답답했으면 클랙슨을 울려댔을까 이해는 됐지만 한편으로 야속하고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과학연구원에서 발표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르신들은 물체를 확인하고 눈의 초점을 맞추는 시간이 길어져 교통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물과 배경을 식별하는 대비능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신체 대응 능력도 낮아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청과 교통안전공단은 어르신의 교통안전을 위해서 교통법규와 면허제도 변경에서부터 교통 시설물의 개선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에서 함께 운전하는 운전자들의 배려와 양보라고 생각한다.

어르신은 사회적 약자이다. 이는 도로 위의 교통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운전을 할 때도 어르신을 보호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어르신의 운전이 조금 느리고, 약간 불편하더라도 이해하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은 언젠가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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