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4년 전 오늘(4월 16일).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이를 배웅하며 출근길에 올랐던 그 기억이 선명하다. 인터넷을 통해 접한 세월호 사건 소식, 전원구조 오보에 다행이라 안도했던 기억도 또렷하다. 끝내 그 오보로 인한 기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현실로 마주하게 된 세월호 사건은 차마 눈을 뗄 수 없었던 침몰 과정만큼이나 오래도록 뇌리에 박혔다.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뉴스속보 영상에 눈을 고정한 채 모든 생각은 멈춰 섰다.

문득 강화도와 서울로 떠난 아이의 수학여행 사실이 떠올랐을 즈음 아이 학교의 긴급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당시 아이들의 상황을 부모들에게 알리는 문자였지만 놀란 가슴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내 아이도 사고를 당한 것마냥 두려움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는 수학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지만 그날 이후 세월호는 가슴속 응어리로 남았다.

4년이 흘렀다. 사건 당사자도 아닌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가슴 먹먹함을 간직한 채 4.16을 맞이했다. 살아 돌아 온 생존자들도, 싸늘한 주검으로 마주한 희생자들도,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 희생자들도, 그리고 세월호 사건의 모든 희생자들을 품은 가족들은 4년 전 4.16 그날에 시간이 멈췄다.

그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그저 세월호 사건의 진실이 침몰하지 않도록,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으려 함께 하는 것일 뿐.

국민들이 잊지 않고 세월호를 추모하고 있지만 희생의 당사자인 가족들의 아픔의 무게는 줄어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무뎌진다고 하는데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무뎌지고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오빠 생각나면 울지 않고 의연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

단원고 학생들이 준비한 세월호 4주기 추도식 ‘다시 봄, 기억을 품다’를 통해 공개된 희생자 오빠를 둔 한 여학생의 편지글에 또 다시 먹먹함이 전해져 온다. 아픔을 함께하려 할 수는 있지만 그 고통을 나누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4년이 지난 지금도 희생자의 가족과 생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하나의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기억되어야 하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진상 규명의 책임 역시 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은폐하고,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가로막기까지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세월호의 진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속도를 내고 있지만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세월호의 온전한 진실이 하루빨리 밝혀지기를 바라는 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4년 전 4.16 세월호 사건은 국민의 생명은 다른 누구도 아닌 국가가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각인시켰다. 세월호 사건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 잠시 무뎌질 수도 있겠지만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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