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 기대 수명도 길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번 발표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소득 간 수명의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득 수준에 따라 기대수명의 차이가 6년이 넘는다니 돈이 없으면 일찍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대전시민건강포럼이 16일 발표한 '대전시민 건강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제안서'에 따르면 대전 기대수명은 82.1세, 건강수명은 68.1세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 대비 각각 1.2년, 1,6년 낮은 것이다. 돈 많은 서울 사람들이 대전시민보다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는 대전시민 간 비교에서도 드러난다. 시 소득상위 20%와 하위 20%간 기대수명 격차는 6.2년이나 됐고 건강수명은 무려 12.6년이나 차이가 났다. 이는 소득이 차이가 나는 자치구 별 건강 차이로 이어져 있다. 유성구와 동구의 기대수명의 격차는 1.7년이고 건강수명은 2.5년으로 더 벌어졌다.
돈 없이 불편하게 살다가는 것도 억울한데 가는 길도 서둘러야 한다니 저소득층의 비애가 아닐 수 없다. 건강을 챙겨 오래 살려면 관련 정보에 밝아야 함은 물론 몸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고 약재를 처방받을 수 있는 시간과 금전의 여유가 뒤따라야 한다. 상위소득층과 하위소득층 간의 기대수명 차이는 여기서 벌어지는 것 같다.
당장 먹고살기가 팍팍한 이들이 몸이 아파다고 당장 병원을 달려가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없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초기에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하면 막을 수 있는 질병도 때를 놓쳐 고질병으로 키우는 사례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국민 건강보험 적용 이후 국민들의 건강지수가 급상승하고 기대수명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득 수준에 따른 수명 차이가 이토록 크게 나타난 것은 우리의 보건정책이 많은 헛점을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전시민건강포럼은 문재인 대통령 정책공약과 정부 및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보건의료 정책 사업을 분석하고 보건의료정책과제를 시장 후보에게 제안하기로 했다. 시 보건정책에 시민참여와 민·관 협치구조 마련과 공공보건의료 인프라 확충, 건강생활지원센터 설치 및 지역포괄케어 시스템 구축 등 주로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제안들이다.
대전시장 후보들은 이런 제안들을 소홀히 하지 말고 적극 검토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저소득층은 언제까지 돈 많은 사람들보다 의료혜택을 덜 받고 소외받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그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보살피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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