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우 한남대학교 홍보팀장/전 한국일보 기자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쟁점만 100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복잡한 난제 중에 난제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의 유·불리 이해타산은 목숨을 건 생존투쟁처럼 느껴진다. 대학이 인생을 결정한다고(아니, 그래야 한다고) 믿고 있는, 도를 넘어선 학력위주 사회의 당연한 귀결이다.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찬반 논란은 수년째 현재진행형이고, 정시전형(수능위주) 비율 확대를 놓고 최근 한바탕 흙먼지가 일었다. 큰 흐름에서 교육당국의 정책방향은 비교과영역에 대한 평가를 확대하는 쪽이었다. 입학사정관제가 그렇게 국내에 도입됐고, 학종으로 발전했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가 그 명분이고 철학이었다. 실제로 고교 현장에서는 학종 이후 교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학교에서 잠자고 학원에서 공부한다는 말이 점차 사라지고, 교육활동 참여 분위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글쓰기도 하고, 동아리활동과 봉사활동도 하고, 자신의 적성이나 진로 탐색도 나아졌다. 비교과영역을 많이 반영하는 학종 덕분이다.

반면, 학종을 금수저전형이나 깜깜이전형으로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내신 100% 또는 수능 100%로 선발하는 정량적 평가방식과 비교할 때 학종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것이다. 학종이 신뢰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현주소를 보여준다. 때문에 과격하게는 옛날 학력고사처럼 전국 수험생을 성적에 따라 일렬로 세우는 것이 가장 공정한 입시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를 단순화 하면 ‘학교교육의 정상화(수시 학종)’라는 명분과 ‘공정한 평가(정시 수능)’라는 현실론의 충돌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에서 평가는 현실이며, 그 평가방법이 교육에 다시 반영되기에 매우 중요하다. 공정성과 변별력은 입시에서 항상 열쇳말로 등장한다. 하지만 평가는 교육의 방법적 도구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의 본질이다. 난제를 푸는 길은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서 교육의 본질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본다. 교육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 우리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우리사회에 어떤 시민으로 배출되기를 바라는지 말이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입시제도를 보완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처럼 오인되어서 실제 학교현장의 교육을 왜곡하고 황폐하게 하고, 급기야 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만든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평가를 위한 교육이 되어선 안 된다. 현실세계가 이해타산과 경쟁의 세계라고 해서 학교를 정글로, 학생을 맹수로 만들어야 하는가? 그 정글에서 훈련된 아이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 뻔하지 않은가.

국가교육회의는 새 입시제도를 도출하기 위해 국민참여형 공론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누구나 만족하고 동의하는 안은 나올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교육의 본질에 부합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최선이다. 1년을 내다보며 곡식을 심고,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사람을 기른다고 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상책이다. 사실, 답은 교육 바깥에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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