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과거에 받은 상처, 불편한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들은 우리가 인정을 하든 안하든 우리에게 남아 지금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류시화 시인은 이런 것들을 보다 쉽게 인식하고 풀어내는 원리로 일화나 비유를 들어 책 속에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등으로 유명한 류시화 시인은 자기발견, 자기성찰 깨달음을 열심히 추구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그의 시집, 산문집, 번역서 등은 모두 이런 종류의 내용의 것들이다. 일반 자기개발서와는 달리 근원적인 지혜를 추구하는데 허를 찌르는 비유와 일화가 일품이어서 그의 책은 언제라도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가 전하고픈 진솔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 술술 읽혀지면서도 생각하게 하는, 밑줄 긋게 한다. 그래서 마음의 그릇이 채워지고 힘이 생겨나게 하는 이야기 51편이 담겨 있는 책이다.

내용 중 하나.
우리가 아는 투우장도 그 어딘가에는 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구역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구역이 아닌 투우사와 싸우다 지친 소가 자신만이 아는 그 장소로 가서 숨을 고르고 다시 힘을 모으는 곳이라고 한다. 소만 아는 그 장소를 스페인말로 '퀘렌시아 라고 부르는데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으로 회복의 장소를 뜻한다. 나무에 앉은 새가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 건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라고 하듯 나도 다시 한 번 나의 퀘렌시아를 생각한다. 푸르고 싱싱한 나무는 그 뿌리가 튼튼하고 영양이 실하듯이, 나의 생명 근본자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그곳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류시화 시인에게 감사하다.

이야기 둘.
“살아 있는 한 누구나 그 첫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일로 인한 감정적 고통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첫 번째 화살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실과 실패와 재난 등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고, 두 번째 화살은 그 사건에 대해서 두고두고 곱씹는 일로 더 큰 상처, 고통, 두려움, 분노 등을 스스로에게 쏘는 감정적 반응으로 첫 번째 화살의 고통을 몇 배나 증폭시키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이렇듯 이 책에는 우리가 기억해 두면 좋을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류시화 작가는 또 이렇게 말한다. “작가든 독자든 지금 살아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일이다. 타인의 기대나 정답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답을. 어느 날 삶이 말을 걸어올 때, 당신은 무슨 이야기를 할 것 인가...” “여기 모은 산문들은 내가 묻고 삶이 답해준 것들이다. 이 불확실한 시대에 내 글이 위로나 힘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나는 다만 길 위에서 당신과 함께 이야기 하고 싶다.”
뿌리에 물을 주고 가꾸듯, 그가 얻은 통찰과 지혜를 나눠 갖고 싶어서, 난 다시 그의 또 다른 책을 집어 들고 그와 마주하며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준비를 해야겠다.

김홍(보령웅천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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