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정말 초조했어요." #1. 윤규진

"저만 승리가 없었잖아요."
한화이글스 우완 윤규진(34)이 17일 시즌 첫 '승리구'를 챙기고서 활짝 웃었다.

윤규진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5안타 2실점으로 막아 시즌 첫 승(1패)을 올렸다. 이날 한화는 5-2로 승리했다.
그는 "한화 선발 투수 중 나만 승리가 없었다. 초조했고, 빨리 승을 챙기고 싶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날 윤규진은 앞선 두 차례의 부진을 씻는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윤규진은 3월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3⅓이닝 4피안타 6실점(3자책)으로 무너졌고, 4월 11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도 4⅓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고전했다.

이날은 달랐다. 
초반에는 운이 따랐다. 윤규진은 1회말 1사 후 최주환에게 2루타를 허용해 첫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박건우의 잘 맞은 타구를 우익수 제라드 호잉이 잡아내고, '안타'라고 판단해 3루를 돌던 2루 주자 최주환마저 잡아냈다. 한숨을 돌린 윤규진은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2회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3회에는 다시 수비의 도움을 받았다. 윤규진은 오재원과 류지혁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사 1, 2루에 몰렸다. 정진호의 타구는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양성우가 빠르게 달려와 공을 잡아냈다. 윤규진은 이어진 2사 1, 2루에서 최주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후 윤규진은 4회와 5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막았다.

하지만 6회를 버티지 못했다. 류지혁과 정진호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더니 최주환에게 볼넷을 허용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윤규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박상원은 박건우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지만, 김재환을 2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하고 박세혁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윤규진은 첫 승에 만족하면서도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하고 마운드를 넘기고 싶었다. 그런데 의식하다 보니 6회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고 '마지막 이닝'을 아쉬워했다. 그 전까지는 힘을 빼고 잘 던졌다. 윤규진은 "송진우 코치님께서 '힘을 빼고 제구에 신경 쓰자'고 조언하셨다. 두산의 힘 있는 타자를 내가 어떻게 힘으로 누르겠는가. 코치님 조언대로 힘을 빼고 던진 덕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보여 줄 게 더 많다." #2. 호잉

경기를 치를수록 '복덩이' 제라드 호잉(29)의 또 다른 매력이 드러난다. KBO리그 첫 타석에서 기습번트로 안타를 만들고, 홈스틸도 선보이더니 이제는 자주 담 밖으로 공을 보낸다.

호잉은 17일 잠실에서 한국 무대 첫 연타석 홈런을 쳤다. 이날 전까지 한화전 통산 11승 1패 평균자책점 3.56로 매우 강했던 유희관은 호잉에게 홈런 두 방을 얻어맞고 5이닝 10피안타 5실점으로 무너졌다.

호잉은 1회초 2사 2루에서 유희관의 시속 106㎞ 커브를 받아쳐 중월 투런 아치를 그렸다.

그는 "최근 내가 쳐본 공 중 가장 느렸다"고 웃으며 "경기 전 전력분석 미팅에서 '유희관의 느린 공을 공략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느린 공에 너무 스윙을 크게 하면 범타가 된다. 최대한 간결하게 스윙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맞대결에서도 호잉의 유희관을 눌렀다. 호잉은 3회 2사 1루에서도 유희관의 시속 121㎞ 슬라이더를 노려 쳐 우월 투런포를 터뜨렸다.

호잉은 지난 1월 31일 국내 취재진과 첫 인터뷰에서 "나는 외야 수비에 능하고 홈런을 치고, 도루를 모두 할 수 있다. 굳이 분류하자면 중장거리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사실 한화도 호잉의 약점을 장타력으로 봤다. 스프링캠프 때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아 한용덕 감독이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잉은 벌써 8홈런을 치며,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다.

호잉은 "홈런이 많이 나오는 건 기분 좋다. 그러나 나는 팀 배팅을 하려고 한다"고 '홈런 욕심'은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때는 KBO리그 투수 분석에 집중했다. 그땐 결과를 낼 필요가 없었다"며 '타격 재능'에 대한 자부심은 드러냈다.

공·수·주에 모두 능한 호잉 덕에 한화 더그아웃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호잉 때문에 놀란 표정을 짓기도 한다.

호잉은 3월 2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KBO리그 개막전 첫 타석 초구에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넥센 히어로즈가 내야진을 1루 쪽으로 이동하는 시프트를 했고, 호잉은 텅 빈 3루쪽을 향해 번트 타구를 보냈고 안타를 만들었다. 외국인 타자가 KBO리그 데뷔 타석에서 시도한 기습번트에 한용덕 감독도 깜짝 놀랐다.

4월 7일 수원 kt wiz전에서는 2회 2사 1, 3루에서, 상대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가 1루에 견제구를 던진 사이 3루 주자 호잉이 홈을 파고들었다. 단독 홈스틸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호잉의 과감하고 날렵한 주루에 한화도, 상대도 놀랐다.

호잉은 "지금까지 가장 기분 좋게 기억하는 장면은 '홈스틸'이다. 피어밴드와 미국에서부터 친했는데, 내 개인 첫 홈스틸을 피어밴드 상대로 했다"며 "매우 뜻깊은 장면으로 남았다"고 웃었다.

이미 많은 걸 보여줬지만, 호잉은 "보여 줄 게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매 경기 즐기면서 그라운드에 나선다. 그동안 갈고닦은 재능을 그라운드에서 하나씩 보여드리고 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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