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벚꽃 축제날이면

장군봉 신령님도

삼불봉 도사님도

박정자 삼거리에 내려와

춤을 추신다

벌 나비 모여들어

꽃술을 빨 듯

동학사 벚꽃 잔칫날이면

이웃집 아저씨도

아랫마을 아줌마도

절간 언저리에 모여

꽃바람에 한들댄다

풍진 세월 달래며

술에 취하듯

 

- 봄 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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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용 시인

여백은 강신용 시인이 서정의 세계로 나아가는 핵심 키워드다. 그저 서정을 물들이기 위한 빈공간이 아니고 이 여백은 공허함, 허전함과 같은 정서적 일탈의 생태도 아니다. 여백은 공존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생겨나오는 빈 지대다. 강 시인에게 여백은 그런 의미다.

강 시인이 시집 어느 날 여백’(도서출판 문경출판사)를 펴냈다. 59편의 시가 담긴 이번 신간엔 대상에 대한 미세한 관찰과 거기서 얻어지는 정서를 바탕으로 아름답게 예각화된 그만의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강 시인은 1981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1985가을 성()’을 시작으로 빈 하늘을 바라보며(1990)’, ‘나무들은 서서 기도를 한다(2003)’, ‘목이 마르다(2013)’등의 시집을 펴냈으며 활발한 문단 활동을 펼치며 대전문학상, 허균문학상 본상, 대전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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