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장 도전 무위에 그쳐…1차 투표서 4선 의원 제친 데 만족

‘빵순이 형이 또 넘어졌다. 7전 7패.’

넘어지고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일어선 박영순(53)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일곱 번째 공직선거 도전은 또다시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진문(眞文, 진짜 친문) 주자를 자처하며 ‘대전 발전 핫라인’, ‘문통직통(文統直通)’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민선 7기 대전시장 후보직을 노리던 그의 도전이 또 한 번의 좌절로 막을 내린 것이다.

당내 경선 1차 투표에서 4선 국회의원(이상민)을 제치는 기염을 토했지만, 결선투표에선 최종 승자인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과의 격차(11.87→7.92%포인트)를 줄인 것에 만족한 채 쓸쓸히 링에서 퇴장했다.

1980년대 말 충남대 총학생회장, 전대협 부의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 정치인인 박 전 행정관은 이번까지 일곱 차례 공직선거에 나서 실패만 맛봤다.

만 서른 살이던 1995년 대전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박 전 행정관의 이력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그의 공직선거 도전사의 첫 출발이었다.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대전시의회 중구 제4선거구에 출마한 그는 20.56%를 얻어 4명의 후보 중 2위를 차지했다. 순위는 2등이었지만 당선인인 자민련 소속 리기웅 후보 득표율(56.8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후 2002년 16대 대선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책보좌관을 거쳐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충남대병원 상임감사 등을 역임한 그는 2006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민선 4기 대덕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다. 하지만 22.30%를 득표해 2위(당선인-한나라당 정용기 38.74%)에 그쳤고, 2010년 민선 5기 대덕구청장 선거(민주당 후보로 29.51% 득표해 3위, 당선인-〃 정용기 33.75%)에서도 실패했다.

그는 2014년 민선 6기 대덕구청장 선거(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46.02% 득표해 2위)에선 새누리당 박수범 후보(46.49%)에게 0.47%포인트 차로 석패했고, 불과 한 달 뒤 ‘정계 은퇴’ 선언을 번복하면서 7·30 국회의원 대덕구 보궐선거(새누리당 박성효 의원의 대전시장 출마로 성사)에 뛰어들었지만 42.58%를 얻으며 구청장 선거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셨던 새누리당 정용기 후보(57.41%)에게 또 무너졌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후보직을 꿰찬 박 전 행정관(33.56%)은 재선을 노린 정 의원(45.46%)과의 네 번째 대결에서도 분루를 삼키며 참담한 신세가 됐다.

야권연대를 위해 자신이 통 큰 양보를 했다고 주장하는 2012년 19대 총선(통합진보당 김창근 후보가 진보야권 단일후보로 나서 30.99% 득표, 당선인은 새누리당 박성효 50.19%)까지 감안하면 그는 이번 시장 후보 경선까지 총 여덟 번 좌절한 셈이다.

“당원 동지들과 대전시민들께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셨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백의종군의 자세로 민주당 후보들의 승리를 위해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박영순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

 

지독히도 선출직과 인연이 없는 박 전 행정관이 2년 뒤 21대 총선 정국에 다시 지역정가 전면에 나설지, 현재로선 결코 녹록지 않아 보이는 그의 앞날은 짙은 안갯속에 휩싸였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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