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혁명으로 독재자 이승만을 무너뜨린 민중의 환성소리가 사그라지기도 전에 군사쿠데타로 권좌에 앉은 박정희를 보며 시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시인은 그들의 가증스러운 위선과 기만을, 거만한 총부리를, 피 흘리기를 마다하지 않는 민중들의 열망을 그리 길지 않은 시에 연을 나눠 담았다. '껍데기'는 가라고, '알맹이'만 남으라고. 

충남 부여 출생인 신동엽 시인은 박정희 군사정권의 서슬퍼런 '쇠붙이'를 경멸했지만 불혹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시는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무척이나 적절하게 비유된다. 

적폐청산과 남북평화를 염원하는 시대에 무수히 많은 껍데기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핵무기라는 쇠붙이를 걷어내자고 해도,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 새판을 짜자고 해도 그렇다. 

그리하여 시인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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