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태문화적 가치 인정 불고 농업시설 정비명분 서식지 파괴

충남 서해안 중부에 위치한 천수만(淺水灣)은 지명에 얕은 천(淺)을 사용 했듯이 수심이 얕고 각종 해초류와 영양염류가 풍부해 여러 경제성 어종의 산란과 보육장소 역할을 하던 곳이다.이곳은 새우를 비롯해 조기까지 많이 잡혀 조기를 말리던‘조그널’이란 이름의 작은 섬을 만 안쪽에 품고도 있다.그러나 1980년대 천수만은 2㎞의 만 입구가 열려 있는 남측에서 북측으로 약 25㎞ 되는 지점이 국토확장과 식량증산의 명분으로 거대한 방조제로 막히면서 서산과 태안 등 지역 주민들의 생계 터전이었던 156㎢(약 4700만 평)의 갯벌은 현대건설에 의해 매립, 대규모 간척 농지와 담수호로 변했다.천수만 간척지에는 소위 정주영 공법으로 알려진 폐유조선을 이용한 물막이 공사와 농지조성 후 현대건설에 의해 대규모 기계화 영농이 이뤄지면서 갯벌을 찾던 새들은 사라지고 대신 많은 오리와 기러기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농지와 담수호에 낙곡과 물고기 등 먹이가 풍부하고 사람들의 간섭이 적어 편안한 서식처로 안성맞춤이어서 이곳을 찾아왔을 것이다.이렇게 동북아 철새 이동경로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는 천수만에는 연중 다양한 조류가 찾아들어 국내 서식 조류의 60% 이상이 발견되는 등 한반도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그러나 현대건설에 의해 일반인의 출입 통제와 대규모 영농이 이뤄지며 세계적인 철새서식지 역할을 해오던 천수만은 2000년대 초 간척농지가 일반에게 매각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영농 방식의 변화로 먹잇감이 줄어들고 무분별한 사람들의 출입으로 철새들의 서식 여건이 악화되기 시작한다.또 2005년 8월에는 철새들이 먹이를 먹고 휴식하는 장소이기도 한 여의도 면적의 5배 정도인 천수만 간척지 B지구 약 1500만㎡(약 443만평)의 농지가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시범 사업지로 선정돼 108홀의 골프장과 3000여 객실의 각종 숙박시설 건립이 추진되며 천수만 철새도래지는 위기에 직면했다. 뿐만 아니라 천수만 A지구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간척지 농업기반시설 재정비 사업을 명분으로 철새도래지를 관통하는 자동차용 포장도로를 추진하는가 하면 민간 업자에게 새들의 산란 장소이기도 한 간월호의 모래톱 등을 향후 15년간 하루 8시간에서 15시간의 작업을 통해 평균 깊이 1.8m까지 준설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려고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이런 위협 상황과는 다르게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한국적 특성이 담긴 생태자원을 활용해 우리 고유의 생태관광을 개발함으로써 지속가능하고 경쟁력을 갖춘 모델을 제시하겠다며 발표한 한국형 생태관광 모델사업 대상지 10곳에 천수만 철새도래지가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그 동안 서산시가 천수만 철새도래지 보전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생물다양성 관리계약 사업이나 세계 철새기행전 그리고 천수만 생태공원화 사업의 성과이기도 할 것이다.이처럼 천수만은 광활한 농지와 갯벌 그리고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등이 갖고 있는 생태 문화적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부족으로 서로 상반된 정책과 사업들이 벌어지고 있어 혼란스럽다.하루 빨리 정부 차원에서 천수만에 대한 지속가능한 보전 전략을 세워 이 혼란이 종식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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