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포기 나올 것 예측 뒤엎고 정면 돌파 선언

댓글 조작 사건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입장 발표 및 경남지사 출마 선언을 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그 지지자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4.19가 될 것 같다.
  독재의 총부리 앞에서도 의연했던 58년 전의 4.19와 달리 2018년 4월 19일은 그야말로 혼돈의 하루였다.

  첫 포문은 이날 오전 9시께 터져나온 김 의원의 경남지사 출마선언 취소로부터 시작했다. 김 의원 측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된 출마선언을 2시간여 앞두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돌연 일정 취소를 통보했다. 단순히 출마 선언을 뒤로 미룬다는 뜻이었지만 기자들 사이에선 당연히 출마 포기 선언쯤으로 받아들였고, 상당수 언론들이 그런 추측을 담은 보도들을 쏟아냈다.

  여기에 YTN이 오전 9시 40분께 "이날 오전 수사당국이 김경수 의원실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속보를 전하면서 그야말로 더불어민주당과 지지자는 물론이고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러워졌다.
  그러나 곧이어 국회 현장에 나가 있던 기자들의 사실 확인을 통해 '오보인 것 같다'는 소문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1시간 30분만인 오전 11시 17분, YTN은 결국 "현장관계자의 제보를 받아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고 정정보도를 냈다.

  반나절도 되기 전에 이미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진짜 놀랄 일은 아직 남아있었다. 
  출마 포기 선언만 남은 걸로 여긴 모두의 예상을 비웃듯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지사에 출마하겠다"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한 시가 급한 국정과 위기에 처한 경남을 더 이상 저와 연관된 무책임한 정치공방과 정쟁의 늪에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출마선언 배경을 밝힌 뒤, 자신을 둘러싼 댓글 조작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특검을 포함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하게 응하겠다"며 한치의 물러섬 없는 태도를 보였다.

  김 의원이 던진 주사위에 정치권은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필연적으로 뒤따를 여야 공방의 긴긴 밤이 남아 있지만, 일단 모두에게 피곤했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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