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49개 연합 시민단체 이승만 동상 철거운동 기자회견

4·19 58주년과 맞물려 대전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철거 논쟁이 불거졌다. 철거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는 이 전 대통령이 4·3학살과 대전산내골 학살 등 민간인 학살을 지시한 인물이라고 주장하며 동상을 치워달라고 하는 반면 학교 측은 동상설치는 총동창회 동문회에서 한 일이라 추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19일 오전 대전 배재대 정문 앞에서 ‘민주인권유린 학살자 이승만 동상 철거 촉구 대전시민사회단체 합동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를 비롯한 49개 단체로 구성된 이 단체는 “4·19 혁명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야성명을 발표하자 시민들은 탑골공원으로 달려가 동상을 끌어내렸다. 하야 후 이승만의 우상들이 모두 철거됐다”며 “1987년 배재대에 동상이 세워졌지만 6월 항쟁과정에서 철거됐다. 학교 측이 동상을 다시 세우자 학생들은 달걀과 페인트를 끼얹으며 철거운동을 벌여 1997년 또 다시 철거됐다. 그런데 이 학교엔 2008년 학생과 교수의 반대에도 세 번째 동상이 다시 세워졌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이승만은 공과가 있지만 누가보다 공보다는 과가 훨씬 큰 인물이다. 동상 건립 과정에서 반발이 컸던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 후 학내 이승만 동상을 찾아 직접 제작한 철거계고장을 동상 옆에 세워두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제작한 철거계고장에는 ‘귀하는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주의 공화국인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이 건전한 상식과 역사의식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도 심각한 가치관의 혼란과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덕성을 함양하는데 엄청난 지장을 초래하는 이승만 동상을 자진 철거하길 바란다’고 적혀있다. 이 단체는 앞으로 배재대 이승만동상철거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배재대 학내 구성원과 연대하는 등 철거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또 징검다리 1인 시위 등도 계획하고 있다.

배재대 관계자는 “동상 설치 자체를 학교가 한 것이 아니다. 총동창회 등이 기증을 받아 설치한 것이다. 동상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문제다. 동상을 설치한 동문들의 의견을 모으는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