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생소·언어도 소통 안돼
도주 우려에 국적취득 거부 마찰
가정불화 단초… 이혼으로 이어져

지난 1960년대 초근목피로 생계를 이어가던 시절 우리의 딸들이 미국으로, 독일로 꿈과 희망을 찾아 떠났다가 회한의 눈물을 삼키면서 발길을 되돌려야했던 것처럼 50여 년이 지난 지금 경제대국 세계 10위권에 우뚝 선 코리아 드림을 찾아 온 이주민 여성들에게 다가온 현실도 실망감뿐이었다.
되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에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남으려는 그들의 몸부림이 그나마 조금씩 타국 생활에 익숙해져가고는 있지만, 이방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려고만 하는 우리들의 편향된 시선은 그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본보는 되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도 없는 이주민 여성들의 생활실태와 그들을 한국민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에 대해 3회에 걸쳐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유토피아를 찾아서
2) 방임이 부른 사회적 문제
3) 미래가 보인다

1) 유토피아를 찾아서
1960∼1970년대 먹을 것이 없어 초근목피로 주린 배를 달래야만 했던 시절, 우리의 아들·딸들이 유토피아를 찾아 미국으로 무작정 이주해 갔다가 현실과 다른 괴리감에 빠져 방황했던 현상이 5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 땅에서 동남아 이주민 여성들에 의해 재현되고 있다.

◆ ‘농촌총각 짝짓기’ 운동이 효시
그 시절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피부색이 다른 남성과 가정을 꾸려서라도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 그들을 이국만리 한국행을 결심하게 만들었지만, 결과는 과거 우리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꿈꿔왔던 유토피아는 이 지구상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2003년 당시 3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건강가정시민연대가 주축이 되어 6·25 전쟁의 혼란 속에서 태어난 혼혈아에 대한 사회적 냉대나 이런저런 이유로 가정을 갖게 된 이중국적가족(국제결혼)이라는 차별적 용어 대신 다문화가정이라는 포용적 용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면서 때마침 전국적으로 불기 시작한 ‘농촌총각 짝짓기’운동이 본격적인 다문화가정 시대를 여는 효시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세계가 한 가족이라는 의미를 상징하는 다문화가정의 이상과 달리 이주해 오는 여성과 이를 받아들이는 한국 가정과의 괴리는 처음부터 평탄치 못함을 예고하고 있었다.

유토피아를 꿈꿔왔던 이주여성들에게 닥친 현실은 하루 세끼 굶지 않고 연명할 수 있게 됐다는 것 말고는 모국에서 농사지으며 살던 삶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생활문화가 생소한데다 언어마저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는 환경에서 그들의 하루는 노예생활이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하는 이주여성들이 적지 않다.

◆ ‘노예생활’ 하소연 여성도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으로의 이주 이후 2년 이상이 경과하면 소정의 한국어 능력테스트를 거쳐 남편의 동의만 얻으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데도 시댁(媤宅)에서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가정불화의 단초가 되고 있다. 국적을 취득하면 도주할 우려가 많다는 게 거부 이유다.

이 때문에 시댁생활을 견디지 못해 이혼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혼을 하게 되면 불법체류자로 분류돼 쫓고 쫓기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면서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산군의 경우 2016년 11월 현재 595명의 이주자 여성이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으나, 지난 2013년 당시 전수조사에 나타난 이혼율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이주자여성들을 배우자로 맞아들인 이상 그들이 꿈꿔왔던 유토피아를 먼 곳에서 찾으려하지 말고 서로 믿음으로 꾸려진 단란한 가정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예산=이회윤 기자 leehoiy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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