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산학협력단장)

 

세계 최대 차량호출업체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교외의 한 교차로에서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를 냈다. 자율주행차 시험운행과 관련된 첫 보행자 사망사고다. 우버의 자율주행차는 시속 35마일(56㎞) 운행 구역에서 시속 60.86㎞로 주행 중이었고 감속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피해 여성이 당시 돌발 행동을 했고 우버의 자율주행차는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주정부는 자율주행산업에 우호적이다. 첨단 기술을 갖춘 기업을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게 우선과제였기에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21개 주가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상태다.

우버 자율주행차 안전성 논란은 예전부터 지속돼왔다. 레바논 정부는 2017년 12월 20일 국민들에게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 자율주행차 사용을 자제하고 가급적 일반 택시 이용을 당부했고 실제 레바논에서는 영국 대사관 직원이 우버 자율주행차 기사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우버의 보안과 면허 문제를 둘러싼 소송이 몇 번 있었고 여러 측면에서 더 엄격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그동안 우버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와 차량에 대한 자격 요건 등에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결국 필터링 문제인데 여러 건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지 않다보니 각종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고 과도기에 발생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혹은 에어비앤비의 위험성과 유사하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사고 영상을 보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 대해 대응하기 힘들었다는 논리가 펼쳐지고 있다. 그렇지만 필자는 초기 사고영상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몇가지 있다고 판단했는데 최근 이 부분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되고 있다. 우선 블랙박스의 성능이 궁금하다. 영상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행자가 순간이동 한 것처럼 갑자기 나타났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블랙박스는 풀 HD급에 초당 프레임수도 많다. 외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초기 모델처럼 1초에 10수 프레임일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녹화된 영상이 훨씬 부정확해진다. 또 한 가지는 블랙박스 영상을 떠나 어둠속에서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 인식하고 경고 혹은 자동으로 제동장치를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신기술에 대한 R&D 환경이 국내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한 정부 정책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시선도 상당히 너그럽다. 국내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상상하면 ‘관련 기업체가 과연 견딜 수 있었을까’라고 상상해본다.

한 가지 걱정되는 건 법적 문제에서 벌써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 차량 제조업체인 볼보는 자율주행 시험에 적용된 것이 볼보 기술이 아니라고 했다. 본인들은 껍데기만 제공한 것이고 영혼은 우버가 심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얼마 전 피츠버그에서 일반차량과 충돌한 우버는 접촉사고 원인이 자율주행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앞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 차량 제조사, 그리고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의 다툼이 치열해 질 게 뻔히 보인다.

그렇다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현재까진 일반운전자 실수로 벌어지는 사고가 훨씬 많다.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되면 노약자, 시각장애인, 고령운전자 및 운전에 방해가 되는 집중력이 저하되거나 운동신경이 감퇴하는 치료 혹은 약물 복용자들의 불편함이 사라질 것이고 카셰어링 연관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정부입장에선 운전면허제도 개편 등 자율주행자동차와 관련된 제도정비에 앞장서야 한다. 기술보다 늘 정책이 뒤지는 경향인데 결국 담당 행정부처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는 게 큰 문제이다. 과감하게 메이커 및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여 발 빠른 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기술개발의 방향을 설정해 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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