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작가/한국문인협회 이사

 

김영훈 작가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27일로 바짝 다가오면서 국민들은 긴장하고 있다. 기대와 불안의 두 시각으로 바라보는 좌우 진영에서의 입장은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다. 언론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경직돼 있던 박근혜 정부에서의 남북관계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물꼬가 터질 걸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물꼬 때문에 세계 정세는 소용돌이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게는 됐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비단 남북 문제만은 아니다. 동북아 정세를 넘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핵 폐기가 전제이고, 세계 평화를 위한 방향타이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 확정 후 정부는 미·일·중·러에 특사를 파견해 회담 개최 배경을 설명했고, 그 틈을 타 북한과 중국은 재빠르게도 비밀리에 정상회담을 갖고 사후에 공개했다. 이를 계기로 냉기류가 흐르던 북중이 언제 그랬느냐 듯 혈맹으로서의 우의를 다지고 있다. 게다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상호 물밑 작업으로 미국도 폼페이오 국무장관 후보자를 평양에 파견하는 등 밀고 당기는 외교가 우리를 숨가쁘게 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미일정상회담은 이미 진행된 바 있다.

이렇게 주목받는 남북정상회담이지만 그 결과가 마냥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핵이 폐기되고, 남북관계가 정상화돼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양측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그리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지금 핵 개발을 완성했다고 떵떵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6·25전쟁 시 맺은 휴전협약 위반하기를 손바닥 뒤집기식으로 거듭한 북한 공산당이 어떤 자세로 또 이번 회담에 임할지 예감하고 있다. 저들을 신뢰할 수 없다. 워낙 다급하니 회담에 응하고는 있지만 그동안 맺은 약속 파기를 일삼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인사는 북한이 유엔의 각종 제재로 엄청난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타격으로 숨을 쉴 수 없게 되자 잠시 시간을 벌기 위해 모종의 전략을 구사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맞다. 북한은 이미 한국전쟁 당시 미국을 상대로 한 휴전협상에서 승기를 잡은 경험이 있다. 그들은 애당초 원산 앞바다 미 함정 선상에서 휴전협상을 하려 했던 미국을 자기들 속셈을 감추면서 끝내 뭍으로 끌어냈고, 협상 테이블에서의 막후 전략으로 개성 일대 광활한 지역을 자기 영토로 확보하면서 지금의 판문점에 휴전선을 긋는 성과를 얻어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일을 소위 ‘승전일(?)’로 만들어냈다. 그래서 전쟁에 졌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에선 이기는 성과를 거뒀다.

그랬던 그들이 이번에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또 한 가지 전략을 구사했다. 바로 남북예술단 교류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남북예술단 교류로 고무되고 있는 중이다. 같은 민족으로서 같은 언어로 된 노래를 통해 동질성을 회복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언론에서도 과잉보도로 국민을 들뜨게 했다. 그러나 우린 이를 경계해야 한다. 김정은 스스로도 “노래는 대포보다 무섭다”라고 말한 바 있지만 예술 위에 김여정, 현송월끼지 얹어 우리를 현혹했다. 공산당의 예술행위를 통한 선전선동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국민의 대북정서를 친화적으로 끌어들이면서 그들은 물밑에서 엄청난 일을 벌이는 것이 분명하다. 다시 우리에게 많은 돈을 얻어내 핵 보유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을 구사할지 모른다. 미군을 철수시킬 음모, 그리고 그 이후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북한의 전략은 무섭다. 우리 국민들은 저들이 과거 땅 위에서는 평화공존을 위한 회담을 하면서 땅 밑에선 땅굴을 팠던 행위를 회상해야 한다.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 야금야금 다가와 목을 조를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역사의 기록은 승자가 쓴다. 해방 이후 70여년 간 세계 그 어떤 민족도 이뤄내지 못한 이 기적적인 자유민주주의와 경제개발 성과를 순간적으로 소멸시키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린 사사건건 좌우로 국론이 분열돼 남남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더구나 현 정부는 학생들을 북한에 수학여행을 보낼 수도 있는 좌파 정부다. 좌든 우든 국민의 안위를 지켜주고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행복하게 해준다면 정권이 교체되는 건 흠이 아니다. 오히려 이상적이다. 그러나 절대로 자유와 평화 수호를 위한 회담을 종북좌파가 주도하게 해선 안 된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때문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결코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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