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골칫덩어리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는 한편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전략적 노선'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로서 비핵화로 가는 첫 걸음인 핵동결이 시작된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이번 발표는 남북 및 북미 정상화담을 앞두고 자발적으로 행한 것이어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핵 시험과 중장거리 및 대륙간 탄도로켓의 시험발사를 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북부 핵시험장도 사명을 끝마쳤다”고 발표했다.

핵동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만한 발언이다. 특히 그가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혀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자발적으로 핵 동결을 암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남북 및 북미 간 정상회담에 성실히 임할 자세가 돼 있음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그동안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취한 북한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조치로 그들의 숨통은 막힐 대로 막힌 형국이었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음을 그들이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겠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그들이 자연스럽게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 수 있는 무대 역할을 했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남한은 물론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 주변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일제히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국제 평화 조성을 위한 분위기는 한결 무르익은 것이 확실하다. 정상회담도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지금껏 북한이 우리 남한에 보여줬던 자세를 돌이켜보면 양자 간 구축한 신뢰를 하루아침에 뒤집는 일이 다반사였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런 특유의 돌발행동 때문이다. 핵보다 경제를 선택하겠다는 그들의 발표는 적극 환경하지만 경계를 늦출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이 그동안 국제사회의 맹비난 속에도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의와 신뢰를 저버린 경험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환영을 하면서도 한 구석 불안감을 가시지 않는다. 우리가 의심이 많아서라기보다는 그들이 그만큼 신용을 잃은 것이다.

온 마음으로 그들의 조치를 환영한다. 하지만 절대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그들은 또 언제 돌발행동을 하면서 국제사회를 놀라게 할지 모른다. 그들이 악수로 내민 손 외의 반대편 손으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화해 무드를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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