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이주희 PD, 불가능한 혁신 주제
“개혁・혁신이란 쉽게 이룰 수 없는 일
스스로 잡아먹을 각오 없이는 불가능”

우리는 ‘혁신’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혁신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늘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대전세종충청CEO창조혁신포럼은 20일 인터시티호텔에서 제303차 포럼을 열고 불가능한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선 EBS 이주희 PD가 강사로 나서 혁신이 거의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PD는 “한때 절대강자로 군림하다가 끌려 내려온 인간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낡은 것에 집착하다가 시대에 뒤처졌다는 점이다. 펠리페 2세의 스페인이나 IBM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새로운 것에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혁신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열린 마음이나 혁신적 자세라는 게 갖고 싶다고 해서 그냥 생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때 힘 좀 쓰던 강자들은 버려야할 낡은 유산이라는 것이 자신의 존재가치 그 자체와 연결되거나 최소한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집트의 맘루크 왕조를 예로 들어 부연했다. 13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이집트 맘루크 왕조의 명성은 1260년 아인 잘루트에서 몽골 기마군단을 격파하고 1291년 십자군의 마지막 거점인 아크레를 함락했을 때 절정에 달했다. 이후 이집트와 시리아의 패권을 쥐고 250년간 영광을 누렸다. 문제는 화약시대로 접어든 16세기에도 활과 창으로 무장한 채 정면 돌격만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용기는 가상하지만 용기만으로 화약 무기를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맘루크들이 실패한 이유 역시 혁신의 부재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를 끝내 버리면 ‘역시 혁신이 중요하다’라는 식의 당연한 교훈으로 끝나고 만다. 문제는 왜 맘루크들은 오스만 군대와 달리 화약무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핵심은 맘루크들의 사회적 지위, 기득권 자체가 이들이 엘리트 기병이라는 사실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거다. 이들이 이집트에서 지배권을 행사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엘리트 기병으로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력에 있다. 이걸 포기하면 맘루크들은 더 이상 엘리트가 아니며 지배력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이 PD는 “이처럼 개혁, 혁신이라는 말을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스티브 잡스의 표현처럼 혁신이란 스스로를 잡아먹을(자신의 기득권을 내가 먼저 공격할) 각오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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