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못하는 학교서는 ‘왕따’
종일돌봄 후 퇴근 전 1∼2시간
혼자 있어야 아이는 ‘외톨이’

다문화가정이 파탄으로 치닫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녀교육이나 양육 문제를 꼽고 있다. 대부분 가정경제가 넉넉지 못한 탓에 이국만리 낯선 타관 땅에 행복을 찾아 온 아내마저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되다보니 자연적으로 자녀들은 외톨이가 되기 일쑤다.

다행이 동반 이주해온 친정 부모나 시부모들이 살뜰하게 돌봐줄 경우에는 안심이 되지만, 달랑 맞벌이 가정의 경우는 직장에 나가서도 마음은 항상 불안하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 받고, 혼자서 한 구석에 외롭게 앉아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예산군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한 방문교사는 “학교나 어린이집 등의 종일 돌봄이 제도가 그나마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들이 퇴근하기까지 1∼2시간 정도 집에서 혼자 있어야 하는 공백이 문제”라며 “그렇다고 국가나 사회단체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극복해 가야 한다”고 말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엄마(이주자 여성)가 데리고 온 중도입국 자녀의 경우에는 생활습성은 물론 언어마저 아예 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당연 왕따 대상이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쉽게 실증을 느낀 나머지 아예 학교가기를 꺼려하면서 거리를 방황하다 결국은 불량배 집단에 포섭돼 악의 소굴로 빠져들고 만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오랜 기간 종사했던 한 전문가는 “중도입국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 때까지 국가기관에서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교육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새터민(탈북민)들이 정부가 운영하고 특정 기관(하나원)에서 일정기간 동안 적응기간을 거쳐 사회로 배출되는 것처럼 중도입국 자녀들도 한국문화와 언어는 물론 학교 또는 가정에서 지켜야 할 예절교육 등 총체적인 인성교육을 받게 한 후 가정으로 돌려보낸다면 쉽게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학교 이상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스스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문화를 접했을 때 이해나 적응하려는 노력보다는 이러한 환경에 내몰리게 만든 부모를 원망하면서 성장기 동안 누적된 불만이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키는 단초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예산=이회윤 기자 leehoiy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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