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결혼 16년차인 이주자 여성 아이다 레가닛(59·필리핀) 씨는 예산군내에 거주하고 있는 600여 명의 이주자 여성들 사이에서 일명 ‘왕 언니’로 통하면서 그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늦깎이 처녀 총각이 만나 아직도 깨가 쏟아지는 신혼을 즐기면서 이주자 여성들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 거주 당시 방송인 활동 경력을 갖고 있는 아이다 씨가 한국생활에 남보다 빨리 적응하면서 이주자 여성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로 밝고 쾌활한 성격을 들고 있다.

◆ 교육프로그램도 안정 찾는데 큰 역할

아이다 씨도 결혼 초에는 다른 이주자 여성들과 다르지 않았다. 시댁인 예산 신양면에서 가축과 밭농사를 짓는 여느 농부와 마찬가지로 하루 일과 대부분을 노동과 가사일로 소일하는 평범한 주부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다 특유의 명랑한 성격이 시부모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시집살이하는 이방인이 아니라 가정을 화목하게 만드는 고명딸로 거듭나 가정은 가정대로 지키면서 사회활동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예산군다문화지원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이주자 여성들이 가정의 안정을 찾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연간 3900회에 걸쳐 6462시간 동안 짜임새 있게 운영되고 있는 30여 가지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이주자 여성들이 한국을 쉽게 이해하고 빨리 적응하면서 비로소 ‘나도 한국인이 됐다’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예산군의 이주자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주자 여성들 자신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이 꿈꿔왔던 코리안 드림 자체가 마치 ‘잠자는 숲 속의 공주’라도 만들어 줄 것 같은 과대망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한 결코 자신의 행복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음을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고 다문화지원센터 최진희 주무관은 경고하고 있다.

자신의 꿈을 현실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가족, 즉 시댁식구들과 한 가족이 되는데 마음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을 받는 중에 자연적으로 행복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 시댁식구들과 한 가족 되는데 마음 쏟아야

다문화가정 남편 모임인 ‘좋은 사람들’의 부인에 대한 외조(外助)도 앞으로 다문화가정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현재 불과 7∼8명에 불과한 소규모 모임이지만 십시일반 갹출한 기금으로 자신들의 2세들을 위해 장학사업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인과 함께하는 행사를 주선하는 등 가정의 화목을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배우자를 맞아들이면서 남편으로서의 권리만 찾으려했던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아내(이주자 여성)들의 한국생활 정착을 어렵게 한 것 같다”며 “앞으로 그들을 좀 더 이해하고 사랑으로 대해주는 풍토를 확산시켜 나가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이주자 남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가 다문화가정의 미래를 한층 밝게 해주고 있다.

예산=이회윤기자 leehoiy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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