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찰, 끈질긴 추적 끝 프랑스서 찾아내 ... 5월 5일 당진서 부모와 만나

37년 전 실종돼 프랑스로 입양될 당시 남매 모습. 충남경찰 제공

무려 37년 전 실종돼 해외로 입양된 한 남매가 친부모와 극적인 상봉을 앞두고 있다. 복잡한 사정으로 실종시기조차 특정할 수 없는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한 충남경찰이 끊어진 혈육의 정을 다시 이었다. 

충남지방경찰청 장기실종전담수사팀은 24일 1981년 8월경 실종된 김 모(47·남·실종 당시 10세) 씨와 여동생(44·실종 당시 7세) 남매를 프랑스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남매는 1981년경 가정형편으로 서울에 있는 부모와 떨어져 충남 아산지역 한 시골마을에서 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조부모는 지병으로 숨졌고 이후 같은 마을에 살던 작은아버지 부부가 남매를 맡게 된다. 그로부터 한달 뒤 작은아버지가 서울 부모에게 남매를 데려다주러 가는 길에 남매를 잃어버렸으나 작은아버지는 그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숨지고 만다.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쥔 당사자가 사망하면서 이 남매의 부모는 경찰에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하다 31년이 지난 2012년 12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산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이 사건은 지난해 충남청 장기실종전담수사팀으로 이첩됐고 실종팀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실종일시와 경위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특정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었으나 사건의 실마리는 유일하게 남아 있던 남매의 사진 1장에서 나왔다.

실종된 남자아이가 자신의 어깨애 큰 가방을 메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당시 남자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녔을 것으로 보고 지역내 초등학교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아산의 작은 마을 초등학교에서 실종일시를 특정할 수 있는, 1981년 7월까지 작성된 생활기록부를 발견한다. 

경찰은 또 실종남매와 출생연도 및 이름이 같은 전국 214명을 전수조사하는 한편 1980년대 해외입양이 성행했다는 점에 착안해 해외입양자 자료를 분석, 남매가 프랑스로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프랑스 현지에서 남매찾기에 도움을 준 사람은 한인목사와 교민들이었다. 

실종수사팀을 지휘한 박상복 여성청소년수사계장은 “남매의 사진과 이름만으로 프랑스에서 행방을 찾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고심 끝에 재외프랑스 교민과 유학생, 한인단체에 수십 통의 이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지 교민들의 협조로 남매를 입양한 프랑스 양부모의 주소지를 찾아냈고 마침내 지난 1월말 해당 주소지에서 멀지 않은 프랑스 파리근교 낭트지역에서 살고 있는 남매를 확인하기에 이른다. 두 남매와 70대 노인이 돼 당진에서 살고 있는 친부모는 5월 5일 어린이날 당진 합덕읍 한 성당에서 37년 만에 만날 예정이다. 

박상복 여성청소년수사계장은 “국제우편으로 남매의 DNA시료를 받아 부모의 유전자와 대조작업을 했고 친자관계라는 것을 최종 확인했다”며 “남매가 방한하면 실종된 뒤 프랑스로 입양되기까지 경위를 살펴보고 남매와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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