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오랜 꿈 ‘평화통일’의 열망 담아
4부에 나눠 56편의 시·에세이로 구성
개인이 겪은 분단의 설움 곳곳에 서려

제 뜻을 안고
제 집에서 잠 못 이루는
한 마리 들비둘기
구구구 꾸꾸꾸
울던 목소리에서
정말이지
썩어가는 평화의 냄새가 풍겼다
그 시간의 언저리일까
사랑하는
절묘한 외로움
혼자 배우며
성급히 이단의 눈을 뜬
들풀은
억세게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 휴전선 부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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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재 시인

2018년 4월 27일,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한반도는 그간의 적대와 불신의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휴전선 부근에서 갈 곳 잃고 잃었던 비둘기가 드디어 ‘평화’라는 제 집을 찾을 수 있을지, 모두의 시선은 두 정상이 마주할 판문점으로 향하고 있다.
40여 년 동안 한반도 평화통일만을 시심(詩心)의 뿌리로 삼아온 김용재 시인이 시선집 ‘더하기와 지우기’(도서출판 오름)를 펴냈다.

그가 한 줄 한 줄 써내려간 시의 배경은 민족의 오래된 꿈인 ‘통일’과 맥이 닿아 있다. 그 꿈은 적대적 통일도 아니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집어삼키는 흡수 통일도 아니다. 오로지 민족의 단합과 공통된 열망이 담긴 평화 통일이다. 제1부 ‘베를린 장벽에 서다’, 제2부 ‘동해안 연가’, 제3부 ‘어느 이등병의 묘비명’, 제4부 ‘고우나 고운 핏덩이의 사랑’ 등 56편의 시와 에세이들로 구성된 시선집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냉전의 종식을 불러왔던 독일부터 1950년 한국전쟁의 상흔이 깃든 강원도 최전방에 이르기까지 멀어지는 통일의 꿈을 놓지 않으려는 한 개인이 겪은 이별의 아픔, 분단의 설움이 곳곳에 서려있다. 아마도 그 옛날 젊은 청춘을 ROTC 장교로 총알이 언제 날아들지 모를 동부 지역 최전선에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던 지난날의 기억이 그의 시심을 자극했기 때문일 거다.

김 시인은 “대한민국의 평화통일 문제는 시를 써온 내게 오랜 시심의 뿌리와 같다”며 “누군가는 식상하고, 신선하지 않을 거라 얘기하겠지만 껍데기로 보지 않고 가슴으로 시를 그린다면 인류 염원에 일조할 수 있는 시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1974년 월간 ‘시문학’으로 문단에 발을 디딘 김 시인은 충남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26년 간 대전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3·8민주의거기념사업회 공동의장, ㈔대전충남 4·19혁명동지회장, 한국문학시대 명예회장 등 문단과 시민사회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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