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전통 사상에는 풍수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풍수지리 도참사상이 뿌리 깊이 내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조선시대에 나타난 ‘계룡산 정(鄭)도령’설이다. 이는 한양 중심인 조선시대가 가고 계룡산을 중심으로 800년의 새로운 국가가의 출현을 예언했다는 게 골자다. 미래 시대를 예언함으로써 늘 현재의 권력과는 대치돼 비밀리에 백성들 사이에 비기(秘記)로 전승됐다. 그 새로운 시대는 왕이 주인이 아니라 백성이 주인인 시대가 올 것이라 했다.

도참사상인 계룡산시대는 계룡산의 지세가 백성이 주인인 새로운 국가의 출현에 적합하며 정도령이 이를 주관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는 당시 중앙집권적 왕조 시대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맞서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시대를 주창한 선구자로서 정도전과 정여립의 사상이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국민이 주인인 시대를 의미하며 현재 우리가 갈망하는 시대로서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정도전은 이성계를 도와 조선의 개국을 이룬 최고의 공신이다. 그는 요순시대처럼 임금과 신하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왕도정치를 꿈꿨다. 고려 말 국가적인 시련과 사회적인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으로 양인(良人)을 근간으로 하는 국가의 건설과 자주 국가의 확립을 목표로 했다. 군주는 최고의 통치권을 갖고 전국의 토지와 백성을 지배하나 실질적인 통치권은 재상(宰相)이 갖는 재상중심체제를 지향했으며 통치자의 부정과 독재를 막기 위해 감찰권과 언권(言權)의 강화를 중시했다. 또 고려 말 사회의 혼란은 인간 상호간의 증오심의 격화와 윤리의 타락이 원인으로 정치의 주체로 윤리도덕을 체득한자를 설정했다. 이는 국가의 통치자는 세습됨으로써 지속적으로 올바른 윤리관을 갖는 왕의 계승이 어려움으로 형식적이고 상징적인 대표성을 부여하고 실질적인 통치는 백성 가운데 시대에 맞는 가장 올바른 인물을 선정해 나라를 제대로 운영할 때 비로소 백성을 위한 정치임을 강조했다. 실로 당시에는 파격적인 개혁 사상으로 오늘날에도 시도하지 못하는 대혁명적 사고이다.

정도전이 갈망했던 재상 중심의 백성을 위한 정치는 왕권중심의 세력인 태종 이방원의 세력에 의해 좌절됐지만 그가 지은 ‘조선 경국전‘은 조선의 통치규범을 제시했다. 600여 년이 지난 오늘 국민이 주인인 시대를 주창하는 정치인들이 새겨 볼 사항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개인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의한 행동인지를 한번쯤 돌아볼 시기다. 또 정도전의 사고가 국민들의 가슴속에 깊이 인식되어 진정한 민주주의의 출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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