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만들기 은빛순례단
60세 이상 실버세대는 ‘정회원’
미만은 명예회원 구성 평화순례

‘한반도 평화만들기’라는 뜻을 머금고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은빛순례, 갈등과 대립이 아닌 다른 견해를 경청하고자 하는 은빛순례단의 서약은 자못 흥미롭다. 1년간의 지역 순례를 이어간 후 내년 3·1 운동 100주년에 맞춰 ‘한반도 평화 국민선언’을 하겠다는 이들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60세 이상의 실버세대를 은빛 정회원으로 하고 미만인 사람을 금빛 명예회원 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순례에 나서는 은빛순례단의 구성은 독특한 면이 있다. 이들은 “우리는 이 땅,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기를 조성해 우리의 생명과 생존의 근거를 위협하고 파괴하려는 시도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나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실버세대라고 일컫는 우리가 먼저 나선 것”이고 말한다. ‘민족분단으로 인한 대립과 갈등 해소를 위한 역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세대이기 때문이라는 책임의식이 바탕에 깔려있다.

이들의 발걸음은 일방적이지 않고 화합과 상생을 담으려는 방향으로 향한다. 이는 ‘내 이로움에만 매달리지 않고 우리를 두루 이롭게 하겠다. 은빛은 나이가 벼슬이 아닌 줄 알아 금빛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겠다. 보수와 진보가 섶을 풀고 마주 앉아 네 옳음을 받아들여 서로 살리도록 애쓰겠다. 비판과 반대보다 새로운 결을 내놓도록 힘쓰겠다’는 은빛순례단의 다짐에서도 잘 나타난다.

25일 은빛순례단의 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 방문, 그리고 이어진 대화는 그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 불거졌던 이념 갈등을 넘어 상처 치유와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대전지역 은빛순례단 활동을 조율해 온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는 “(대화 상대의) 생각이 열려있는 것 같다. 과거의 반공, 보수 이런 것에서 많이 벗어난 듯 보인다. 고정된 이념에 의해서만 갈 수 없다는 인식을 갖는 듯 해 긍정적인 변화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인국 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 회장도 “굉장히 바람직한 대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못하는 일을 민간에 뜻있는 사람들이 소통을 통해서 근접시켜주는 것이기에 상당히 좋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국가와 민족,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은빛순례단에 참여하는 도법스님은 이날 “과거 대전에서는 한국전쟁 시기 좌·우익의 이름으로 서로 1만 명 가까운 민간인이 희생됐다. 오는 6·25에 즈음해 좌·우익 희생자를 위한 합동 위령제를 지역사회가 함께 지내자”고 의견을 냈다. 도법스님은 “풀건 풀고 녹일 건 녹여야 하지 않겠는가. 종교계와 은빛순례단이 중간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역할론을 제시했다. 좌와 우로 나뉘었던 이들을 상대방이 아닌 ‘우리’로 보려는 인식, 이 쉽지 않은 도전에 대한 결실은 결국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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