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지난 몇 년간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원자력 현안들이 집중된 바 있다. 대표적인 현안으로 ▲원자력연구원에 보관 중인 폐기물 ▲파이로와 고속로에 대한 우려 ▲하나로에 의한 방사능 누출 ▲화재와 지진으로 인한 만일의 사건 우려 등이다. 필자는 이 중 가장 큰 현안으로 원자력연구원에 보관 중인 폐기물을 지적하고자 한다.

원자력연구원은 연구시설로서 핵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한다. 이 연구는 방사능을 취급하므로 핵폐기물이 직간접적으로 생산된다. 지역의 우려는 이러한 연구시설에서 발생되는 핵폐기물을 어떻게 관리·보관하고 취급하는지에 대한 것이지만, 필자는 이를 없애는 것이 근본적인 안전대책으로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6년 6월 최명길 전 국회의원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진 1699봉의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고 있는 원자력연구원은 당시 미세한 질량 단위까지 추적이 가능하게 하는 계량관리 기록도 유지하지 않아 핵물질 이동 통제도 명확히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 즉 핵연료의 치명적인 고준위 부스러기가 사라져도 어디에 있는지 추적이 안 되는 것이다. 또한 중저준위 핵폐기물 보관량도 2016년 6월 기준 2만 9728드럼을 보유해 4만 1398드럼을 보유한 가장 오래된 고리지역을 제외하고는 다른 원전 지역보다 폐기물 보유량이 많았다. 이 문제는 연구시설이라는 관심 소홀을 틈타 대도시 중심에 폐기물을 임시로 적재하게 했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위한 전용시설인 경주 방폐장의 경우 2단계인 표층처분시설까지 투입된 총 비용이 2조 원에 달한다. 현재 약 10만 드럼 폐기물 처분시설로 운영 중이지만 임시저장시설을 갖췄다는 원자력연구원은 투입비용 측면에서도 비교할 수 없이 허접하다. 폐기물을 경주 방폐장으로 이전할 것을 대전 시민들이 요구해 지난해 말 약 800드럼을 운반했음에도 현재 보관하고 있는 중저준위 고체폐기물은 9000여 드럼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양의 폐기물을 대도시 한복판 취약한 임시시설에 한정 없이 보관해 안전불감증이 우려된다.

원자력연구원의 폐기물저장시설은 총 3만 5623드럼 분량의 용량이며 이 중 절반은 해체 폐기물 저장용이다. 이 중 8800드럼 용량의 해체폐기물저장고를 제외하고는 내진설계가 전혀 반영돼 있지도 않다. 서울 시내 소재 TRIGA Mark II 연구용 원자로를 해체하고 방사성폐기물을 대전시내 한복판의 원자력연구원으로 옮긴 것을 서울시민들은 잘 모르겠지만 대전시민의 한 사람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당연히 서울에 그대로 놔두거나 경주 방폐장으로 바로 이송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이처럼 주변 인구 300~500만의 대도시 한복판 임시시설에 저장하고 있는 원자력연구원의 폐기물 관리 실태는 안전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을 수 없이 취약해 관리능력조차 의심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열기가 뜨겁다. 대전의 원자력 안전 문제로 보면 이러한 폐기물을 전량 제자리로 이송시키는 폐기물 제로화 작업이 시급하다. 따라서 대전시민들은 가장 신속하고 합리적인 폐기물 제로화 로드맵을 제시하도록 후보간 경쟁을 요구하고 원자력연구원의 폐기물 제로화를 위해 가장 합리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잘 이행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분을 지자체장으로 선택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 중에 어쩔 수 없이 잠정 존재하는 폐기물에 대한 철저한 안전관리는 부차적이지만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폐기물 문제에 대해 단기간 납득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면 폐기물이 생산·취급되는 원자력연구원의 모든 연구는 즉각 중단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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