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화초 박정은 교사

“선생님, 오늘 3교시? 4교시?” 출근해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으면 알리가 꼭 우리 교실에 들러 묻는다. “그래. 오늘은 3교시와 4교시야.” 꼭 자기 수업 시간을 확인하고 눈도장을 찍고서야 교실로 올라가는 알리, 작년과 비교하면 같은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어 공부에 열의를 보인다.

알리는 지난해 학교를 밥 먹듯이 빠지는 바람에 수업 일수가 모자라 면제 처리가 됐다. 비가 와서 못 온다, 눈이 와서 못 온다, 더워서 못 온다, 추워서 못 온다,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그러고서 면제 처리가 된 이후, 학교에 나오지 않는 동안 심심했던 모양인지 올해 3월부터 다시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학교에 안 빠지고 열심히 다니겠다는 약속을 몇 번이나 받고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런데 알리는 새 학기부터는 등교 시간도 잘 지키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작년 일 년 동안 배웠던 것들을 3월 한 달 만에 다 배운 것 같다.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공부를 시작하니 배우는 속도가 확실히 빨랐다. 며칠 전 알리의 아버지께서 서류 문제로 학교에 방문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시더니, 주말에 시장에 갔는데 알리가 한국어로 가게 주인과 대화를 했다며 자랑하셨다. 흐뭇해하시는 알리의 아버지를 보니 내 마음이 뿌듯했다.
교사를 하면서 이럴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학생이 배움에 열의를 보일 때, 배우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도전하는 모습을 볼 때 내가 아이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구나, 내가 사회에 기여를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배움에 대한 열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알리의 경우는 학교를 안 다니고 집에만 있어야 하니 심심하기도 했거니와 어차피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데, 한국어를 배우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꼭 배워야만 했다. 이러한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되면서 한국어 공부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학교는 당연히 가야하는 곳이고 공부도 하라고 하니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거나 딴청을 피우기도 하고 지겨워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배움의 열의를 이끌어내기는 참 어렵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들 하는데, 때로는 그 ‘때’가 아이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어야 할 것 같다. 남들이 공부하니까 나도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가 나에게 왜 필요한지를 느끼는 때가 바로 공부의 ‘적기’가 아닌가 싶다. 공부가 하기 싫다고 하면 때로는 아무것도 안하고 노는 시간을 주는 것도 좋을 것이고, 실제로 모델링할만한 사람들을 찾아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절대 말로는 설득할 수 없다. 자녀가 공부를 잘했으면 하고 바라는 부모님들은 공부의 필요성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자녀에게 주는 일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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