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노충 대전시 복지정책과장

2009년 호흡기질환인 신종플루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아픔과 교훈을 남겼다. 신종플루 확산시 정부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하였으나, 당시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이 없는 대전에서는 충남대병원만으로 급속도로 증가하는 환자들을 감당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등에 업고 진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 다녀야 했다.

또한, 메르스 사태로 국가적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충남대병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병원에서 열이 있는 환자를 받지 않아, 임시방편으로 대청병원을 활용하여 환자를 격리·치료하였지만 시민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메르스 사망자 38명 중 대전에서만 12명이 사망했고, 확진자 186명(대전 27명), 격리자 1만 6572명(대전 1046명), 휴업학교 2704곳, 메르스 손실보상금(전국 1781억 원, 대전 211억 원)지원, 사회경제적 손실 10조 원(정부추산)과 급격한 내수 위축 등 사회·경제적 손실이 우리 삶을 힘들게 했다.

신종플루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 접촉자 등 의심환자를 격리하여 치료 할 감염병 지역거점병원이 부재한 우리시에서는 제2의 메르스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감염병 관리 및 치료체계 구축이 절실해졌다.
앞으로도 국가적 의료재앙과 이보다 더한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그런데 민간은 운영비용 과다 등으로 전담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상황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려워 국가적 의료재난 사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시설인 대전의료원 건립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대전시는 법정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이 없는 공공의료 취약지역으로 보건소?지방의료원?국립대병원으로 연결되는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가 단절되어 지난 20여 년에 걸쳐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방의료원 설립 요구가 지속되어 왔다. 그리고 대전의료원 설립은 시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고, 의료계에서도 공감하고 있으며, 시민단체, 의회, 정치권 등에서도 간절히 원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대전시는 대전의료원 설립을 시민과의 약속사업으로 정하고 조례 제정, 전담조직 설치, 재정계획 반영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전문기관 용역과 보건복지부 설립 협의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는 등 제반 준비를 마친 상태다. 지난해에는 대통령 공약과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반영하였고, 대전 의료기관을 주로 이용하는 옥천·금산군 등 대전시 인접 5개 지자체와 공공의료안전망 구축 공동협약을 체결하여 사업의 공공성도 강화하였다.

그 결과 2018년 1월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여, 4월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제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KDI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남겨 두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는 사업의 추진여부 및 적정 사업시기, 사업규모 등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 세 가지 항목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하여 사업시행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지역거점 공공병원 확충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와 지자체의 공동 의무다.
대전의료원은 의료취약계층은 많으나 의료기관이 부족한 동구에 설립하여 지역 간 의료불균형을 해소하고, 옥천·금산 등 인근 지역의 의료발전을 촉진하여 국가 균형발전에도 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의료원을 설립·운영하는 데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어 사업성에 대한 촘촘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공공의료에 경제성이라는 잣대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시민의 염원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전의료원 설립은 시민의 건강권 확보와 의료안전망 구축이라는 염원을 담아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길 기대하며, 우리 시도 시민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는 다짐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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