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4월 4주차 브리핑>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은의 위장평화쇼, 나는 믿지 않는다"고 발언하는 것을 일본 방송이 보도하는 장면.

 

“평화쇼 … 어처구니 없다”는 홍준표·나경원을 향한 민심의 역풍

- 남과 북의 정상이 11년 만에 역사적인 만남을 가진 27일은 달 착륙 후 닐 암스트롱의 첫 걸음이 그러했듯 통일을 향한 위대한 발자국을 새긴 날로 우리 한민족에게 기억될 것 같다. 전 세계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북 정상이 분단과 대립의 시대를 뒤로하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공동선언을 선포하는 순간, 국민들은 벅찬 감동과 함께 환호성을 내질렀다. 통일의 봄기운이 피부로 느껴진 그 날은 온 겨레와 해외동포들에게 축제일이었다.

- 그러나 모두의 마음을 따사롭게 만드는 ‘한반도, 평화의 봄’이 못내 불편한 이들이 있다. 자유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공식 논평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전희경 대변인은 “판문점 선언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내용으로 북한의 핵포기 의사는 발견할 수 없었다”며 “남북회담에 이어 치러질 미북 간 정상회담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조급하게 국내 여론용으로 발표된 내용이라는 비판에 대해 답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심지어 홍준표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은과 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평화쇼에 불과했다”고 혹평했고,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자신의 SNS에 “북한에게 모두 내주고 퍼주면서 북한으로부터는 실질적으로 얻은 게 없는 선언”이라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혹독한 평가를 내놓았다.

- 이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해외의 평가와도 사뭇 엇갈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한국전쟁은 끝날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매우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했고 중국 외교부도 이날 루캉 대변인을 통해 “이번 회담에서 거둔 성과는 남북 간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이와 관련해 축하와 환영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저팬 패싱’ 위기에 몰린 일본 정부조차도 이날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브리핑을 통해 “오늘 회담의 현실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의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 이렇듯 피 한 방울 안 섞인 외국인들도 높게 평가하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왜 국내 일부 보수들의 눈에는 곱게 보이지 않는 걸까? 순수하고도 애정 어린 비판으로 받아들이기엔 행간마다 느껴지는 어휘의 온도가 이토록 냉랭한 걸까? 이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 자기 당파의 일이 아니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붕당정치의 유구한 폐습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자기편이면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한다는 저열한 의식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자기들이 한 일이 아니므로 무조건 반대한다는 못된 심보가 아니라면 어찌 칭찬 한 푼 섞지 않고 악담에 가까운 혹평만 늘어놓을 수 있을까.

- 실제 네티즌들의 눈에도 그렇게 비치는 모양이다. 각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자칭 보수들의 옹졸한 행태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어쩌면 저리 일본이 좋아할 말만 늘어놓는 건지 (근드운)”, “일본의 이익, 그것이 그들의 정통성입니다 (Brilliant)”, “당신들이 이 평화에 반대했던 거는 앞으로 역사적 사실이 될 거다 (H.Naldo)”, “얼굴 뻘개져서 손 부들부들 떨면서 한자 한자 (SNS에) 썼을 생각하니 애잔하네요 (성남만세)”, “저 정도면 망상장애죠 (닉이없슴)”, “개가 똥을 끊지 (잉여천국)”, “속도 좋은 게 시기심만 많아가지구 (뚱아저씨1219)”, “툭하면 성조기 흔들면서 트럼프 형하고도 보조가 안 맞아. (마이페이지)”, “솔직히 홍준표 나경원 고맙지 않나요? 지방선거 알아서 말아드시니 (박정희)”, “저러면 대다수 국민은 싫어하죠. 그러나 그걸 좋아하는 15~20%의 지지자들을 확실히 쥐고 가겠다는 전략이겠죠 (갸흥이)”, “북한 방송에서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가 반 통일 무리의 괴수가 되어 미친개처럼 놀아대고 있다’고 보도했네. 명치를 세게 때리는 북한 ㅋㅋ (바람만분다)” 등등의 반응과 함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일부 보수세력의 혹평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남북정상회담 혹평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어처구니가 없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남북 정상회담의 진행모습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실은 "수정되기 전 글의 입장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수정한 것이지 비난 댓글과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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