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관섭 배재대 비서팀장 / 전 대전일보 기자

 

주말에 근교로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올 봄에 유난히 자주 비가 오고 일찍 날씨도 따뜻해선지 어느새 온 대지는 새싹과 꽃들로 물들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봄의 풍경 중 이맘때를 가장 좋아한다. 일찌감치 잎보다 꽃부터 피우는 목련과 벚꽃, 개나리와 진달래가 한껏 자태를 뽐내며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줬다. 이제는 영산홍과 철쭉 군락이 화려한 색의 향연을 한창 펼치고 있다. 그래도 가지마다 새싹이 돋아 연두색으로 수놓고 있는 요즘의 정취가 너무나 좋다. 새싹의 연두는 연약해 보이지만 부드럽고 부족해 보이지만 넘치지 않아 더욱 친근감을 준다.

벌써 5월이다. 대전 유성구민인 필자는 5월이면 늘 기대감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홍인호텔에서 계룡스파텔까지 1㎞ 구간 거리에 심어진 이팝나무가 펼쳐내는 눈꽃의 장관은 정말 일품이다. 이젠 거의 성목이 돼 새하얀 꽃이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흐드러지게 피면서 마치 한겨울에 눈송이가 소복이 내린 것처럼 보여주는 풍경은 아름답다 못해 가히 낭만적이다. 요즘 전국 어디에서나 이팝나무로 조성한 가로수 길이 흔하다. 하지만 이팝나무가 가로수 수종으로 인기를 끌게 만든 효시가 바로 유성온천지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거리에 이팝나무가 심어진 해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1980년대 초반으로 짐작된다. 당시 유성온천지구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배재대 원예학과 신영철 교수님이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추천한 주인공이다. 신 교수님은 강의시간에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추천한 이유를 설명한 기억이 난다. 첫째는 4계절이 뚜렷한 만큼 계절마다 서로 다른 특징을 보여줘야 한다고 피력하셨다. 시민들이 봄에는 아름다운 꽃을,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을, 가을에는 고운 단풍을, 겨울에는 아름다운 수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둘째는 관리가 쉽고 주변과 어울려야 하기 때문에 너무 크지 않고 적절한 수고(나무 높이)를 유지하는 특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 셋째는 도심에서 잘 잘라야 함으로 공해에 강해야 하며 넷째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으로 나름의 이야기 거리(전설)를 지닌 나무이거나 그 지역의 특징을 잘 표출하는 상징성을 갖춘 나무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네 가지 요건을 갖춘 나무이자 유성온천지구가 새롭게 단장하는 만큼 새로운 수종을 발굴하는 의미를 더해 이팝나무를 추천하게 됐다고 강조하셨다.

가로수는 그 지역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전국적인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충주의 사과나무 가로수길, 영동의 감나무 가로수길, 보은의 대추나무 가로수길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자원이 되고 있다. 유성의 이팝나무 가로수길은 2003년 도심에서는 흔하지 않게 제4회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됐을 만큼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이팝나무 가로수길을 활용해 5월의 눈꽃축제란 특색 있는 행사가 몇 해 동안 열렸으나 유성온천축제로 슬그머니 바뀌어 평범한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팝나무에 대한 유성만의 스토리텔링을 발굴하고 이를 승화시켜 나간다면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축제이자 상징으로 지역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팝나무 가로수길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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