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팬주룽의 마지막 전쟁⑨

일차 공격에 실패한 고다리는 대망새가 착취한 곳으로 다시 몸을 날렸다. 그 때 호랑이 같았으면 허리를 뒤로 젖혀 일단의 공격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도끼를 들고 그대로 떠오른 고다리에게는 약점을 찾을 수 없었다. 미쳐 피할 수가 없었던 대망새는 커다란 바위를 집어 들어 고다리의 도끼를 막아냈다. “빠악~”

바위가 산산조각 나며 머리에 꽂히려는 순간 대망새는 급하게 공중회전을 하여 위기를 모면했다. 고다리는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대망새를 덮쳤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대망새는 날쌘 제비처럼 피해냈다.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병사들의 얼굴과 손에 땀이 흥건해 물처럼 흘러내렸다. 공격과 수비는 쨍쨍한 태양빛이 누그러질 때까지 계속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망새와 고다리는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지켜보는 병사들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느리게 걸어가던 구름의 그림자가 태양을 가려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러자 고다리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대망새를 외면하고 댕글라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놈들을 공격하라!”

고다리가 방법을 바꾼 것이다. 대망새의 병사들을 침으로써 돌파구를 찾아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대망새는 고다리의 공격을 피하며 약점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약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고다리도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 대망새를 꺾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따라서 고다리로서는 그것이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대망새는 고다리의 돌연한 행동에 비상이 걸렸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병사들만 죽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놈은 사람이 아니다, 몇 날 며칠 동안 놈의 공격을 피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다가는 내가 지친다. 그렇다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 선제공격으로 승산이 있을까, 피할 수 없다면 할 수 없다. 생각보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대망새는 고다리를 막기 위해 쏜살 같이 날아갔다. 그 사이 비죽과 오소리눈은 병사들을 이끌고 괴상망측한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갔다. 또 다시 양군의 처참한 각개전투가 벌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비죽과 오소리눈은 참고 있었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억분을 풀어볼 생각이었다. 고다리는 맨 주먹으로 개구리를 잡듯 병사들을 찍어 눌러 무참하게 죽여 버릴 각오를 했다. 고다리가 도망치려는 병사를 ?아 잡아채려는 순간 대망새가 고다리 앞에 섰다. “이노옴! 이제야말로 쥐새끼처럼 피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로구나. 네놈 솜씨를 제대로 보여 다오!”

고다리가 작전대로 되어간다는 듯 비실비실 웃으며 조롱하듯 말했다. 대망새는 고다리를 막아서기는 했지만 쉽사리 공격할 수가 없었다. 도무지 빈틈이 없는 상대에게 무작정 달려들었다가는 백전백패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비죽이 나섰다. “대망새야! 내 오늘 너에게 빼앗긴 모든 것을 되찾으리라….”

비죽이 제비처럼 빠르게 대망새의 턱밑까지 치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단도로 대망새의 턱밑을 찌르려 했다. 그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던 대망새는 귀찮다는 듯 발로 비죽의 불알을 걷어찼다. 대망새는 맥없이 고꾸라지는 비죽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턱밑에 단도를 깊숙이 쑤셔 박았다. 비죽의 목에서 검붉은 선혈이 ‘꿀럭~ 꿀럭’ 삐져나왔다. “……”
올래의 전도양양한 차기 지도자로서 영웅의 기질을 타고난 젊은이가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던 것이다. 비죽은 사랑을 힘으로 차지하려고만 했지 아름답게 간직하지 못하고 복수의 화신이 되어 동족을 참담하게 만들었다. 비죽은 결국 선조들의 원흉인 댕글라에게 올래를 바침으로써 영원히 씻지 못할 죄를 짓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비죽을 순식간에 해치운 대망새는 수수께끼 같은 웃음을 흘리고 있는 고다리 앞에 섰다. 대망새는 즉시 생각의 회로를 잘라 버렸다. 그러자 고막에서 ‘윙~’하는 소리가 들리며 고다리의 몸만 선연하게 보였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