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고향과 우물에 가 닿은 시선
섬세한 감성으로 ‘현재의 나’ 길어올려

그 밤 나의 꿈속으로는 별들이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내 겨드랑에서 날개가 자랐다. 한밤내 하늘을 날다 깨어나면 내 아랫부분이 이슬에 흠뻑 젖어 있었다.
- 집 우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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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고향에 가면 늘 만날 수 있었던 우물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우물 속 물은 말라 비틀어져 그 흔적을 찾을 수 없고 그 시절 고향의 정과 감성은 이제 그리움으로 남았다.

김완하 한남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가 여섯 번째 시집 ‘집 우물’(도서출판 천년의 시작)을 펴냈다. 1부는 고향과 아버지를, 2부는 외국에서의 일상을, 3부와 4부 자연과 그 존재, 5부 서해와 포구를 주제로 61편의 시를 담았다.

책의 제목 ‘집 우물’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기도 하면 그 자체로 여성성, 모성, 생명의 근원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유년과 고향의 자연을 돌아보며 나의 현재를 돌아보고자 했다. 세밀한 관찰로 섬세한 감성을 시 속에 담아낸 덕에 이제는 제법 주변으로부터 “시가 쉽게 읽히고 마음에 잘 다가와 감동을 준다”는 소소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김 교수는 “등단 30년에 즈음해 시집을 발간하면서 그동안 시인으로 흡족한 활동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게을리하진 않았다는 걸 느끼게 됐다”며 “시가 독자들과의 거리를,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는 신념을 잃지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1987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 교수는 경기도 안성 출생으로 그간 시집 ‘길은 마을에 닿는다’, ‘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 시선집 ‘어둠만이 빛을 지킨다’를 비롯해 ‘한국 현대시의 지평과 심층’, ‘우리시대의 시정신’ 등의 저서를 발간했다. 교단에서 제자를 양성해오면서도 문학 활동을 열심히 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07년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2010년 대전시문화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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