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민담] 이상한 항아리

 

[이상한 항아리]

옛날 어느 마을에 부지런하고 마음씨 고운 농사꾼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밭을 갈다가 땅 속에서 커다란 항아리를 파냈다. 농사꾼은 워낙 가난해서 그 항아리를 가지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농사꾼은 밭에서 일하다가 가지고 온 호미를 하나 그 곳에 넣어 두었다.

이튿날 농사꾼은 밭에 가려고 호미를 꺼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항아리 속에는 그와 똑같은 호미가 또 한 자루가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호미를 한 자루 밖에 넣지 않았는데...”

농사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번에는 동전은 한 푼 넣었다가 꺼냈다.

그랬더니 항아리 속에는 여전히 동전이 한 푼 있는 게 아닌가.

이번에는 옆에 있는 난초꽃을 한 송이 넣었다가 꺼내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항아리 속에는 여전히 난초꽃이 한 송이 남아 있었다.

“야 굉장한 보물이구나!”

농사꾼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가 아내를 불러 이상한 항아리 이야기를 하고는 항아리를 잘 간수하라고 일렀다.

그런데 무엇이든지 넣었다가 꺼내면 그와 똑같은 것이 나오는 이상한 항아리 소문은 온 마을에 퍼지고 말았다.

‘나도 그런 항아리가 있었으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 농사꾼을 부러워했다.

그 중에서도 그 마을에 있는 욕심장이 영감은 이 항아리 소문을 듣고 욕심을 내다가 마침내 그 농사꾼을 찾아왔다.

“여보게, 자네네 집에 이상한 항아리가 있다던데그 항아리 어디서 파냈나?”

“우리 밭에서 일하다가 파냈습니다.”

“그래? 그렇지만 그 항아리는 내 것이네”

농사꾼은 깜짝 놀랐다.

“어째서 영감님 항아리 입니까? 제가 우리 밭에서 파냈는데요”

“허나 자네 밭이라는게 원래는 우리 밭이 아닌가? 그 항아리는 우리 할아버지가 난리 때 피난가면서 묻고간 것인데 항아리를 파내지 않고 팔았거든”

“그렇지만.....”

“그렇지만이 뭔가? 밭만 팔았지 항아리도 팔았나?”

농사꾼은 욕심장이 영감의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럴 듯해서 항아리를 욕심장이 영감에게 주려고 했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이 그것은 욕심장이 영감의 억지소리라고 줄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욕심장이 영감이 정 우기면 고을 원님한테 가서 재판을 받아보라고 했다.

마침내 농사꾼은 욕심장이 영감과 같이 원님한테 가서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하고 항아리가 누구의 것인지 판단을 내려 달라고 했다.

원님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 할지 몰랐다. 그 뿐만 아니라 그 이상한 항아리를 원님 자신이 갖고 싶었다.

“너희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모두 다 그럴듯하다. 그런데 그 이상한 항아리가 정말 있는지 없는지 가지고 와서 시험을 해 보아라”

원님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은 항아리를 짊어지고 와서 원님의 앞에서 시험을 했다. 무엇이든지 넣었다가 꺼내기만하면 자꾸 나왔다.
이것을 본 원님은 신기해서 어쩔 줄 몰랐다.

“응, 그런데 이 항아리 때문에 너희들이 평소에 사이좋게 지내다가 이렇게 싸우게 되었으니 만약 항아리가 누구 한 사람이 가지고 간다면 더욱 싸움이 크게 벌어질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바쳐라.”

농사꾼과 욕심장이 영감은 원님의 말을 듣고는 아무말도 못하고 항아리를 원님한테 바치고 말았다.

원님은 너무도 이상해서 항아리를 대청으로 옮겨 놓았다. 그런데 원님의 아버지는 보기 흉하다고 다른 곳으로 옮겨놓으라고 몇 번이나 일렀다.
그렇지만 원님이 듣지 않으니까 하루는 원님의 아버지가 무엇이 있나 하고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항아리가 워낙 커서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원님의 아버지는 가뜩이나 궁금해서 그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원님의 아버지는 항아리 속을 다 들여다 본 뒤에 항아리 밖으로 나오려고 했지만, 항아리가 너무 커서 나올 수가 없었다.

“얘들아, 거기 아무도 없느냐?”

원님의 아버지는 마침내 이렇게 소리를 질러댔다. 이때 안방에 있던 원님의 아내가 이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얼른 달려가 원님의 아버지를 꺼냈다. 그런데 항아리 속에는 원님의 아버지와 똑같은 사람이 또 있는게 아닌가.

원님의 아내는 허겁지겁 그 사람도 꺼냈다. 이렇게 해서 대청에는 백 명도 넘는 영감들이 모두 앉았는데 모두 똑같으니 누가 진짜 아버지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내 원님이 달려와서

“아버님!”하고 부르니까 영감들이 모두 “왜 그러느냐?”하고 대답했다.

원님은 기가 막혔다. 그냥 보고 있으려니까 영감들은 서로 자기가 원님의 아버지로 우겨대다가 서로 치고 받고 엎치락 뒤치락 싸움을 했다. 그러다가 이상한 항아리도 누군가에 부딪혀 깨지고 말았다.

원님은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백 명도 넘는 늙은 아버지를 어떻게 먹이고 입힌단 말인가. 그런데도 영감들은 서로 싸움만 하고 있었다.

<자료제공=대전학생교육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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