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의집 사역초기 미국 사회복지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때 LA 중심가에 있는 미션센터라는 곳을 방문했었다. 미션센터는 벧엘의집과 비슷한 노숙인 사회복지시설로 약 400여명의 홈리스가 생활하고 있었다. 5층짜리 건물에 1층에는 무료급식소와 예배실이 있었는데 급식소에서는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홈리스들에게 주중 매일 점심에 빵과 우유를 제공하고 있었고, 예배실은 센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영성훈련을 하고 있었다. 2층부터 5층까지는 벧엘의집 울안공동체와 같은 노숙인 생활시설로 각종 편의시설과 프로그램실 그리고 숙소로 되어 있었다. 1층 무료급식소는 홈리스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지만 2층에 있는 숙소부터는 희망자에 한 해 입소가 가능하고 생활규칙이 엄격하게 적용되어 세 번 이상 규칙을 위반하면 바로 퇴소조치를 당해 다시 거리로 나가야 했다.

2층 숙소는 한 방에 약 40여명이 생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주로 알코올, 마약중독자들을 위한 심리재활프로그램이 주로 진행되었다.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은 약 6개월 정도였다. 2층에서 6개월의 모든 과정을 수료하면 3층으로 올라가는데 그곳 숙소는 2층보다는 훨씬 쾌적한 4인실로 되어 있고 헬스장이 있을 정도로 편의시설도 2층보다는 잘 갖추어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약 1년간 직업재활교육을 받게 되는데 취업을 위한 다양한 기술교육,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심화교육 등 재취업에 필요한 교육이 진행된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세 번 이상 규칙을 위반하면 바로 퇴소조치 된다.

이렇게 1년의 과정을 잘 마치면 4층으로 올라가는데 그곳 숙소는 1인 1실로 호텔 버금가는 수준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1년 동안 취업적응훈련이 진행되는데 일자리를 알선해 주어 취업하게 하고는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숙소로 돌아와 지내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의,식, 주 등 모든 편의는 제공되지만 4층도 마찬자지로 엄연한 규칙이 있다. 예를 들면 소득의 50% 이상을 반드시 저축해야 한다든지, 음주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든지 하는 등의 규칙들이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세 번 규칙을 어기면 곧바로 퇴소조치 된다. 이렇게 2층에서 4층까지 모든 과정을 마치면 그동안 저축한 돈과 일부 센터에서 제공되는 지원금으로 보금자리를 구하고 자립하게 된다. 개중에 취업은 했지만 아직 자립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으지 못했거나 취업상태가 불안정하여 좀 더 생활이 필요한 사람들은 심사를 통해 5층 원룸(각자 독립된 공간)에서 1년을 더 생활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의무적으로 자립해서 센터를 떠나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센터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약 300여명 정도 되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한 때 알코올중독과 마약중독으로 거리를 배회하던 홈리스 출신이라는 것이다. 당시 우리 일행을 안내했던 실무책임자도 홈리스출신이라는 말에 적잖게 놀라기도 했다. 그는 한 때 잘나가던 펀드매니저였다고 했다. 그런데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가끔 마약에 손을 댔다가 끝내는 마약중독자가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마약을 구하기 위해 고객이 맡긴 돈까지 손을 대는 지경에 이르자 직장에서는 쫓겨나고 단란했던 가정도 해체되어 거리를 배회하는 홈리스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마약에 찌들어 거리를 방황하며 살아가던 그가 우연히 끼니를 해결하려고 찾아간 무료급식소가 바로 미션센터였고 그곳이 자신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처음에는 그저 허기를 채우려고 센터를 찾아가 그곳에서 제공되는 음료와 샌드위치만을 받아가지고 다시 거리로 돌아오곤 했는데 하루는 빵을 받기 위해 줄어 서서 기다리다가 갑자기 급식소 양 옆에 있는 예배당이 눈에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뭔가에 홀린 듯이 빵을 들고 예배당으로 들어가 한참을 앉아있는데 예배당 벽에 붙어있는 수많은 성경구절 중에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와 한참을 응시하다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이다.(예배당에 붙어있는 성경구절들은 홈리스들이 자활하는 과정에서 은혜 받은 말씀을 직접 써서 붙여놓은 것이란다.) 이렇게 우연한 기회로 시작된 미션센터와의 만남은 그에게 제2의 인생을 여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샬롬. (다음에 이어서 계속)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