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재 대전시 여성가족청소년과장

5월은 다른 어느 때보다 나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날들이 곳곳에 자리 잡은 달이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날이야말로 모두가 기다리는 봄의 크리스마스 같은 날일 것이다. 1923년 최초로 기념하기 시작한 이래 어느덧 96회를 맞이하는 어린이날은 소파 방정환선생이 1922년 조직한 색동회를 바탕으로 선언되었다. 모든 어린이가 차별받지 않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 존중받으며, 바르고 씩씩하게 자라도록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어린이날의 제정 목적은 크게 변함이 없지만 아이들의 모습은 매우 달라졌다. 모래 깔린 놀이터에서 흙장난 실컷 하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해질녘 따뜻한 밥상이 기다리는 집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모습 대신, 학교가 끝나면 학원차를 타고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떠돌다 부모의 퇴근시간에 맞추어 집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요즘은 핵가족화에 더해 맞벌이부부가 많아지다 보니 아이를 돌보아 줄 사람이 없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원을 떠도는 생활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부부는 먹고 살기에 급급해 가정에 소홀하게 되고, 아이들 또한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줄다보니 정서적으로 허기지게 되어 학교에서나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아지게 되었다. 책임감 없는 부모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가정 붕괴의 악순환이 반복되도록 한다.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어린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소소하고 안정적인 관심과 사랑만으로도 바르고 곧게 자라날 수 있다.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가정에서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 행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빈 틈 없는 제도적 지원으로 뒷받침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매일 매일이 어린이날인 것처럼 행복한 아이들로 가득한 세상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는 그 날까지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주어야 할 것이다.

대전시에서는 제96회 어린이날을 맞아 지난해에 이어 시청남문광장 보라매공원 일원에서 거리퍼레이드, 공군 군악대 및 의장대 공연, 어린이 난타공연, 육군 특공무술 시범, 로봇탑승, 드론미션을 비롯한 체험형 프로그램 등 130여개 여러 가지 즐길 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엄마, 아빠 함께해요!’라는 주제로 어린이 중심의 볼거리, 놀거리 그리고 먹을거리를 준비하여 아이에서 어른까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시민 참여형 어린이 큰잔치를 구성하였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다, 어린이날은 어린이들만의 날이 아니다. 어른들도 어린아이였던 시절이 있었고 우리 모두가 거쳐 온 시간을 기념하는 날이니만큼, 부모로서의 의무로만 여기지 말고 모두가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시청 광장에서 즐겁게 뛰어놀며 가족 간의 정을 돈독히 하는 시간을 함께 가지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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