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대전글꽃초 교사

 

김정주 대전글꽃초 교사

토요일, 늦잠이 더욱 어울리는 봄날이었지만, 300여명의 글꽃 가족봉사단은 이른 아침을 의미 있게 시작한다. 글꽃 가족봉사단은 교직원, 학생, 학부모로 구성된 봉사 단체로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우리 동네 클린사업·사랑의 연탄 나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달은 특별히 대전 중구 문화동의 작은 동네를 찾았다.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산 언덕, 좁은 골목길에 긴 줄로 늘어선 아이와 부모, 선생님과 학생의 얼굴에 웃음꽃 가득이다.

서로의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전할 때,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 또한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연탄을 처음 본 우리 반 가윤이는 고사리 손으로 엄마와 나란히 서서 연탄을 날랐다. 이제 9살, 우리 아이들이 나르는데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다가도, 혹여나 연탄이 깨질까 집중하고 있는 신중한 표정에 너무너무 귀여워서 엄마미소가 절로 나왔다. 연탄의 무게가 3.5㎏~3.6㎏라는 이야기에 윤진이는 “36.5도, 사람 체온을 전하는 일이네요.”하며 기특한 표현으로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 할 때 어려움은 반으로 줄어들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봉사로 삶을 배운다. 그 많던 연탄들이 점점 줄어들고 마지막 한 줄만 남았을 때에는, 아이들에게 더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고사리 손에 하나씩 연탄을 들고서, 그 긴 길을 지나 쌓여진 연탄위에 마지막 내 연탄을 놓는 일이다. 혼자 나르면 무거울 수밖에 없는 무게가 누군가의 삶의 자리의 무게임을 알게 될 때, 특히 이 경험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봉사활동은 최소한의 자발성이 없으면 참여하기 어려운 활동이다. 연탄봉사는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한다는 의미로서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자발성이 모일 때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는 기회로서도 중요하다. 수동적 행동이 지배적인 우리 사회 속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봉사참여와 후원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그들이 다음세대의 주인공이라는 측면에서 참으로 희망을 주는 대목일 수밖에 없다.

글꽃 가족봉사단은 가족이 함께여서 더욱 의미 있고, 다음세대의 자발성에서 시작된 것이 또한 의미 있다. 연탄은 조금씩 없어져 가겠지만 연탄봉사를 통해 얻은 나눔에 대한 가치와 정신은 그대로 진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나눔에 대한 정신은 다음 세대의 또 다른 나눔 활동의 원천이 될 것이다.

영국의 정치인이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윈스턴 처칠’은 “우리는 일로써 생계를 유지하지만,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 나간다.”라고 말했다. 세계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그의 위대함 뒤에는 남다른 사회적 책임감 또한 있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손과 얼굴에 시커먼 연탄이 묻고, 발등에 떨어진 연탄 가루가 잘 지워지지 않고, 등줄기에 땀이 흘러도, 나눔을 통한 기쁨이 가슴 깊숙이 남아, 또 봉사하고픈 마음이 들게 한다. 다음 세대 주인공인 그들에게 더 즐겁고 보람찬 봉사활동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교사가 짊어져야할 사회적 책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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