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생활 마감과 분당 아파트

금강일보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효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임석원의 자전적 에세이 나는 내 아내가 너무 좋다를 인터넷판을 통해 연재합니다. 본보 201789일자 10면 보도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세대로, 임석원의 에세이는 그 시대에 태어나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도 많았겠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한 가지도 해 보지 못한 채 오직 가족만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한 남자의 자전적 이야기이자, 곁에서 묵묵히 좋은 동반자가 되어 준 아내에 대한 절절한 고마움을 전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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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 마감과 분당 아파트

199312월 나의 해외근무가 끝나고 본사로 들어오면서 아내의 꿈같은 3년 휴가도 마쳐야 했다. 우리는 인도네시아에서의 살림을 정리하고 짐을 싸서 한국으로 보냈다. 그리고 현장에서의 업무 마감과 잔여 업무의 인계를 위해서 발리로 갔다. 발리에서 45일의 일정으로 나는 현장사무실에 나가서 일을 하고 아내와 아이들은 관광지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놀았다. 발리에서 일정을 마치고 귀국 길에 우리는 태국 방콕과 파타야, 그리고 홍콩을 여행하고 들어왔다.

199312월 말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우리 5남매 중 맨 먼저 자가용차를 산 둘째가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대전에서 올라와 마중 나와 있었다. 3년 만에 귀국하는 큰아들 큰며느리와 손주들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보고 싶어 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3년 전 분양 받아 놓고 인도네시아 근무를 하면서 대금을 다 내고 이미 여동생이 결혼하고서 신혼 살림집으로 잠시(6개월) 살다가 비워둔 분당 시범단지 우리의 새 아파트로 들어갔다.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다. 인도네시아에서 잘 살다가 이곳저곳 여행도 하고 들어오니 33평 아파트 한 채를 준비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결혼하고서 1년도 안 돼서 나는 외로운 해외근무를 자청해 나가고 아내는 남편 없이 힘든 시집살이를 하며 부모님과 동생들이 살 조용한 주택가의 2층 집을 먼저 사드렸더니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계획도시 분당의 제일 좋은 위치에 아파트 한 채를 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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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임석원은...

1956년 지리산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대전고와 한남대를 졸업한 후 1980S그룹 S건설에 입사해 23년을 근무하면서 사우디·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8년간 생활했다. 2003년 영국 유통회사 B&Q 구매이사, 2004년 경남 S건설 서울사무소장으로 일했다. 2009H그룹 H건설에 입사해 리비아에서 자재·장비 구매업무를, 2011E그룹 E건설에 입사해 중국과 동남아 대외구매를 담당했고, 2013년에는 전북 J건설 소속으로 사우디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34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미군부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분당 판교지역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인생 후반기엔 책 읽고 여행하고 글 쓰는 삶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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