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 한남대 총동창회장, 전 대신고 교장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시안’을 두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주요 쟁점은 ①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의 적정 비율 ②수능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원점수제 시행 등 평가방식 ③수시·정시모집 통합 여부 등 세 가지이고, 학생부 간소화 방안과 EBS 연계율,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여부 등도 관심의 대상이다.

학교 교육은 청소년들이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하고, 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찾아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발굴과 육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을 글로벌 경쟁의 주역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길러야 한다.

이에 맞춰 대입 개선안도 마련돼야 한다. 먼저 평가의 원칙인 타당도·신뢰도·객관도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만들어지길 고대한다. 이러한 평가의 원칙이 보장되기 위해선 학교 교육의 모든 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한 학생들이 학습한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입 개편 시안이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입시 간소화, 고교 교육 정상화, 계층·지역 간 불평등 완화와 같은 원칙에 충실하도록 교육 당국은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표면적인 ‘공정성’ 논란에 치우쳐 잘못하면 학교 교육이 또다시 입시 준비의 장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지난날 대학들은 공정성 논란 때문에 학교생활기록부의 학업발달상황, 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별 고사 등 성적 위주로만 신입생을 뽑았다. 그러다 보니 교실에서부터 지나친 점수 경쟁을 초래했고, 입시 과목이 아닌 교과는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교과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 수능시험 준비에 매진하면서 학생들의 잠재력 개발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입시에 종속돼 있었다.

그러다가 2008년 대학입학사정관제의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됐다. 첫 해에는 서울대를 비롯한 10개 대학에서 적용했으나, 2017학년도에는 130여 개 대학으로 확대됐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의 잠재적 능력이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학생이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데,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해 본 경험이 없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학생 개개인의 활동과 특성을 파악해 꼼꼼히 기록해 진학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교사들의 업무량이 대폭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취지와 달리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과정에 사교육업체들이 끼어들어 입시 컨설팅을 했다. 그러다 보니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을 지워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면서 ‘금수저 전형’이란 논란을 낳았다.

대입 개선안을 현행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것도 바람직스럽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문제가 되는 자기소개서 및 교사추천서 폐지가 필요하다. 학교생활기록부의 ‘행동발달 및 종합의견’ 항목으로 이를 대체하고, 비공개하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대학에선 전형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신뢰감을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정기간 입학사정관을 국가에서 선발·관리하는 공공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것이 공정성·신뢰도를 더욱 제고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점차적으로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이나 모집단위 특성에 맞는 잠재력과 소질을 가진 학생을 선발해 교육할 수 있다. 그간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객관성만을 요구하며 수험생들을 점수로만 줄을 세웠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따라서 교육 당국에서는 대학의 역량에 맞추어 학생선발 권한을 각 대학에 위임하면서 대학의 입시관리를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그리고 초·중·고교 교육을 정상화해 학교 교육이 본연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가면 대입 개선안이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희망하는 분야를 선택한 뒤 자신이 설계한 진로에 따라 공부하고, 사회에 진출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가꿔갈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줘야 한다.
새로운 대입 개편안을 통해 자라나는 학생들이 밝고 환하게 웃으면서 학교생활을 알차고 재미있게 꾸려나가며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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