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은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생명과 건강이 전제돼야 다른 권리 행사가 가능해서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정부는 시민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보건의료정책은 대부분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대전의 경우 광역시도 중 광주, 울산과 함께 시립종합병원이 없다. 또 빠르게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할 공공의료기관도 부족해 건강관리와 돌봄의 사각지대가 크고 또 넓다. 따라서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대전시의 기본 책무를 더 깊이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정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보건의료제도와 체계를 정비해야 할 때다. 편집자

보건의료 공공성 체계가 빈약할수록 소득 수준에 따른 건강수명 차이가 크다. 중앙정부의 의존도가 높은 대전의 경우는 공공의료 수준을 증명하듯 건강불평등 격차가 더 크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에서 조사한 ‘건강격차, 2017’에 따르면 대전에서 소득이 낮은 시민들은 소득이 높은 시민들(소득 상위 20%, 하위 20%)보다 건강하게 사는 기간이 12.6년 짧고, 6.2년 먼저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양호한 울산(4.3년)에 비해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다.

또 동쪽(동구, 중구, 대덕구)에 사는 시민이 서쪽(서구, 유성구)에 사는 시민보다 먼저 병들고, 먼저 사망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유성구와 동구의 기대수명은 각각 82.4세, 80.7세로 1.7년 격차가 났다. 서구는 82.3세, 중구는 82세, 대덕구는 81세로 조사됐다. 건강수명 격차는 2.5년으로 더 컸다. 소득 간 기대수명 격차도 지역별로 차이가 났다. 유성구 4.2년에 비해 중구는 8.4년으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기초지방자치단체 내 소득 간 건강수명격차는 동구가 15년으로 가장 컸다. 가장 적은 격차를 보인 곳은 유성구로 8.5년을 나타냈다.

이 같은 수치는 보건의료 공공성이 빈약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전은 광역시도 중 시립종합병원이 없는 곳 중 하나다. 대전은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과 1개의 시립 정신병원, 2개의 시립요양병원, 2개의 특수병원과 5개의 보건소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 의료기관들은 민간병원처럼 운영되고 있거나 민간 위탁경영되고 있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의료 안전망 역할을 못하고 있다.

보건행정 조직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대전시 보건부서는 중앙정부의 각종 보건 사업을 각 구로 전달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고, 시 자체적인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 조직체계와 인적구성으로는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과 미세먼지 등 환경 보건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전시민건강포럼 관계자는 “공공의료 시스템 강화 및 확대가 건강불평등 해소의 첫 걸음일 것”이라며 “보건의료제도와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선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해야 하고, 보건의료 전문가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참여해 대화와 합의를 통한 협치를 이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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