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첫 홈런

6-9, 9회초. 한화 이글스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뒤집을 수 있을까. 팬들은 기대를 하긴 하지만 상대는 지난달 한화에 3연패를 안긴 넥센. 더구나 마무리 조상우.

조상우가 올 시즌 3차례 블론세이브를 했다는 캐스터의 멘트가 떨어지는 순간, 한화이글스 선두타자 최재훈이 넥센 유격수 김하성의 실책으로 출루해 기회를 열었다.

김하성의 아쉬운 몸짓이 반복되는 시각, 심호흡을 거듭 하며 타석에 들어서는 다음 타자. 올해 입단한 한화 신인 내야수 정은원. 2000년 1월생. 올 시즌 안타 하나 못 친 새내기는 다부지게 마음을 굳힌다.

'못 쳐도 본전 아닐까, 자신있게 나가자. 빠른 볼은 자신있다.'

신인 앞에서 조상우 제구가 마음같지 않다. 하지만 구속은 여전히 150km대. 볼 카운트 1-3. 팬들은 내심 포볼로 나가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조상우는 여전한 벼락같은 강속구를 뿌린다. 그 때,

정은원의 스윙은 순간 고척돔 모든 관중의 시선과 소리를 제압했다. 그리고 곧바로 터진 함성. 정은원의 타구는 고척 스카이돔 가운데 담을 훌쩍 넘어갔다. 8-9로 추격하는 투런 아치.

프로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정은원은  KBO리그 최초의 '2천 년대 출생 홈런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경기 후 정은원은 “150km 공은 처음 봤다. 하지만 원래 빠른 공에 자신 있다. 볼카운트도 유리해서 자신 있게 휘둘렀다”고 했다. 정은원은 또 “중고시절에도 홈런이 없었다. 태어나서 첫 홈런이다. 원래 공격보다 수비에 자신이 있다”면서 수줍게 웃었다.  ▶정은원 홈런영상 보기 

#2. 김태균이 있었다

기세를 탄 한화는 이용규의 몸에 맞는 공에 이은 양성우의 좌중간 안타로 무사 1, 3루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3번 타자 송광민과 4번 타자 재러드 호잉의 연속 삼진.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이 때 조용히 타석을 고르는 김태균. 송광민과 호잉 위기를 넘긴 조상우는 여전히 자신있게 김태균을 압박했다. 투 스트라이크.

송광민과 호잉이 삼진 당하는 장면이 자꾸 오버랩됐다. 3구, 아웃코스 꽉찬 존으로 김태균을 잡으려 하는 조상우.

김태균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예술적인 타격으로 우익수 앞 안타, 9-9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이성열이 우익수 쪽 안타로 3루 주자 양성우를 홈에 불러들이며 한화는 10-9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한화 마무리 정우람은 9회말 등판해 1사 후 이정후에게 2루타를 내줬지만, 후속 타자를 틀어막고 시즌 12세이브째를 거뒀다.

올시즌 열 두번째 역전드라마였다.

19승 16패가 된 한화는 3위 자리를 굳게 지킨 가운데 2위 SK 와이번스를 3.5게임 차로 추격했다.

▲ 고척전적(8일)
    한 화 022 002 004 - 10
    넥 센 030 040 200 - 9
    △ 승리투수 = 장민재(1승 1패) △ 세이브투수 = 정우람(1승 12세이브)
    △ 패전투수 = 조상우(2패 7세이브)
    △ 홈런 = 송광민 6호(3회2점) 정은원 1호(9회2점·한화)
     장영석 5호(5회3점·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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