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 대전시 시민안전실장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희생된 지도 4년이 흘렀다. 그 날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 좌초되어 침몰해 가고 있었지만 무기력하게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이후에 정부는 국민안전과 관련한 수많은 정책을 쏟아 냈고, 우리사회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왔다. 대형재난에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을 확대하고 체계도 정비하고 예산도 확대했다.

그러나 아직 재난에 대응하는 체계는 그렇지 못해 보인다. 839개 점포 모두가 전소된 대구 서문전통시장 화재도, 15명이 사망한 영흥도 낚싯배 사고도, 75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밀양 대형 화재 참사가 그랬다. 점포가 모두 소실될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동안 대형재난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있어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있어도 교육과 훈련 부족으로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사전에 위기대응 매뉴얼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끊임없는 반복된 훈련으로 몸에 익혀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작동되었다면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2009년 1월 US항공 1549편이 미국 뉴욕 외곽 라구아디아 공항을 이륙하자마자 새떼와 충돌해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다. 기장은 뉴욕의 고층건물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근처 허드슨강으로 비상착륙해 1시간여 만에 승객과 승무원 115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됐다. 당시 기장은 인터뷰에서 “매뉴얼에 따라 훈련한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해 재난대응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사례가 됐으며 ‘허드슨강의 기적’이라고 불리고 있다.

‘가마이시의 기적’이라고 알려진 사례도 유사하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역에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덮쳤을 때 이아테현의 항구도시 가마이시 지역에선 주민 1000명이 사망했지만 초·중학생 3000여 명 대부분은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는 학교에서 반복적인 방재교육과 훈련을 실시한 덕분이었다. 대형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었던 가마이시는 쓰나미 대응 지침서를 만들어 학생들이 대피로와 행동요령을 숙지하게 하고, 학교 주변을 걸으면서 스스로 재난 위험 요소를 체크하는 등 지진발생을 가정한 훈련을 반복해 왔다고 한다.

‘허드슨강의 기적’과 ‘가마이시의 기적’이 주는 교훈처럼 재난이 발생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재난 현실에서 작동하는 대응 역량이 중요하며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평소부터 훈련을 통해 재난 시 임무와 역할을 익히고 숙달해야 한다. 더욱이 최근 증가하는 대규모의 복합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고 다양한 재난을 상정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재난대응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우리 시에서도 실제 재난 상황에 기반을 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시 전역에서 실시하고 있다. 훈련에는 지역별 재난 위험성을 고려하여 사이버테러재난, 가스폭발 복합재난, 화재 대피훈련, 불시비상소집훈련 등을 실제 재난상황처럼 실시하여 초기 대응체계와 재난 유관기관, 단체 등과 협력체계를 점검하게 된다.

특히, 지난해 우리를 불안케 했던 포항 지진을 거울삼아 지진으로 인한 복합재난 대응 훈련을 재난관리책임기관장이 직접 주관하고 지휘하여 재난관리 리더의 역량도 높여 나갈 계획이며, 16일 오후 2시에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지진대피훈련이 시 전역에서 실시된다. 시민 모두가 혼연일체로 훈련에 참여함으로써 안전문화 확산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시민참여와 공감대 확산을 위해 안전문화 실천운동도 전개한다. 훈련 기획부터 평가까지 전 과정에 훈련 체험단을 구성 운영하고, 재난예방 포스터·사진 순회 전시와 소소심(소화기·소화전·심폐소생술) 익히기도 함께한다.

지속되는 대형 재난으로 안전훈련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난 대응 매뉴얼’을 아무리 잘 만들어 놓아도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안전훈련은 이론과 체험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고 일상화돼야만 공포가 엄습하는 극한 재난현장에서 온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안전한 도시는 어느 누구 혼자서 만들 수 없으며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이번 재난대응 안전훈련에 재난관리기관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재난대응 요령을 숙지하여 재난안전의식이 확산된다면 재난에 강한 안전한 도시 대전을 만드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들이 실시하는 안전훈련이 ‘허드슨강의 기적’처럼, ‘가마이시의 기적’처럼 재난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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