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대전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경사

 

이동철 경사

흐트러짐 없는 자세, 빛나는 눈동자, 엄숙 단정한 몸가짐을 하신 분이 계신다. 누구의 모습일까? 바로 아버지의 모습이다. 아버지는 12419일, 35성상(星霜)의 세월을 경찰에 투신하신 전직 경찰관이시다.

경찰관의 삶 속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원칙과 소신을 지키셨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셨고 부정부패를 멀리한 청백리셨다. 그렇게 대나무처럼 올곧고 바위처럼 강직한 분이셨다.

언제나 투철한 사명감으로, 뜨거운 열정으로 모든 업무에 최선을 다하셨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현장에서, 국가적 행사가 개최되는 경비현장에서 대통령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호현장에서, 집회현장에서, 도로 위에서, 때로는 수없이 많은 문서와 서류더미 속에서 평생을 살아오셨다.

아버지께 경찰관의 길은 삶의 전부였다. 긴 세월 가시밭길과 비탈길의 궤적(軌跡)을 지나오면서 험난하고 굴곡진 길을 앞만 보고 내달리셨다. 그러던 중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속에서 당신의 몸을 돌보는 것을 잊은 채 살아오시다 청천벽력 같은 암 진단을 받았다.

아버지께서 암에 걸리셨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꿈을 꾸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세상이 모두 멈춰 있는 것 같았다. 위를 절개하는 대수술과 오랜 기간 항암치료로 아버지는 나뭇가지처럼 메말라 야위어 가셨다.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그토록 염원하시던 승진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비통함이 더욱 크게 밀려왔다.

그러나 아버지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질긴 병마와 싸움을 이겨내시고 다행히 쾌유를 하셨다. 다음해에는 그동안의 성과와 능력을 인정받아 마침내 경찰의 꽃인 총경의 반열(班列)에 오르셨고, 마지막에는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퇴임을 하셨다.

필자가 대한민국의 경찰관이 되어 이 땅에 서있는 이유도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검은 제복과 가슴에 빛나는 흉장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우상이었다.
동심에 새겨진 경찰관의 꿈은 현실이 돼 아버지의 고귀하고 숭고한 뜻을 이어 경찰관의 길을 걷고 있다. 필자에게 경찰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며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표가 됐다.

아버지는 6년 전 제복을 벗으셨지만 현직 경찰관보다 더 바쁘게 활동을 하고 계신다. 동이 트는 새벽에 일어나셔서 운동을 나가시고, 텃밭에서 농사를 지으신다. 이와 함께 법원에서 민사조정위원으로 활동하시고, 자원봉사활동으로 땀을 흘리시고,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시고 있다.

아버지! 이제 인생의 2막이 시작됐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65세에 모나리자라는 걸작을 남겼고 맥아더 장군은 70세의 나이에 인천 상륙작전을 수행했다고 합니다. 아직도 세상에는 아버지의 힘과 손길이 필요로 하는 곳이 많습니다. 새로운 꿈과 희망으로 멋지고 화려하게 미래를 열어 가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낳아주시고, 키워주시고, 경찰관의 길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만큼 커다란 카네이션을 바칩니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항상 건강하셔야 합니다. 당신은 영원한 대한민국의 ‘폴리스 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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