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로 본 충남 역사 문화] 하늘의 위엄,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유물로 본 충남 역사 문화] 하늘의 위엄,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 금강일보
  • 승인 2018.05.14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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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연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천상분야열차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충남역사박물관 소장

권력이 있으면 정쟁이 있기 마련이고, 정쟁의 가장 근본을 다투는 것이 ‘정당성’ 또는 ‘정통성’이다. 최근 국내정치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댓글사건’이 ‘대선불복’으로 언급되는 것도 결국 정권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다. 강력한 왕권을 행사했던 우리나라 역대 세습왕조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었을까? 물론 여기에는 ‘대선불복’이란 것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정상적인 왕위 이양이 아닌 경우 반드시 정통성 시비가 있었으며, 이는 민중이 그 권력에 복종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명분이었다.

역대로 정통성 확보가 가장 절실한 왕은 역성혁명으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였다. 왕명을 거슬러 위화도회군을 감행하고 무력으로 권력을 탈취한 고려왕조의 반역자였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대국인 명나라로부터 조선왕임을 인증받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태조는 사대주의를 국시로 천명하고, 명 태조로로부터 ‘조선’이라는 국호와 ‘조선국왕’의 작위를 받아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민심을 완전히 돌릴 수는 없었다. 신진사대부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을 기치로 목숨을 건 고려의 충신이 있었고, 이들에 동조하는 여론 또한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운명처럼 태조 앞에 나타난 것이 고려 ‘천문도’였다. 이 천문도의 석본은 옛날 평양성에 있었으나 병난으로 강에 잠겨 사라졌고, 인본도 남아 있지 않았었는데, 어떤 사람이 이 인본을 태조에게 바친 것이다. 태조는 이 천문도의 출현이 조선 건국과 자신의 왕위 등극을 정당화하는 하늘의 계시로 삼고자 하였다. 때문에 서운관(書雲觀)에게 명하여 달라진 별자리를 바로잡아 돌에 새기고, 권근으로 하여금 이 천문도에 발문을 쓰게 하였다.

“예로부터 제왕이 하늘을 받드는 정사는 역상(歷象)으로써 시각을 보이는 것을 급선무로 삼지 않은 이가 없다. (중략) 요ㆍ순이 상(象)을 보고 그릇을 만드는 마음을 구하면, 그 근본은 다만 공경하는 데 있을 뿐이었으니, 전하께서는 또한 공경으로 마음을 가지시고 위로는 천시(天時)를 받들며, 아래로는 민사(民事)를 부지런히 하시면, 신성한 공렬(功烈)이 또한 요ㆍ순과 같이 높아질 것인즉, 하물며 이 그림을 옥돌에 새기어 주시니 길이 자손 만세의 보배로 삼으실 것임이 분명하다.”

천문도는 점복서에 그려진 요상한 그림이 아니고, 천상을 살핀다는 것 또한 요상한 술수를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역대 왕들은 천문도를 하늘의 위엄을 형상화한 것으로 여겨 소중하게 간직하였고, 관상감은 하늘의 상을 살펴 국정에 조언하였다. 천문도가 보여주는 하늘의 상은 간단명료하였다. “인사(人事)가 아래에서 감동하면 천변(天變)이 위에서 감응하니, 혹은 천둥이, 혹은 우박이, 혹은 바람이, 혹은 물이, 혹은 일월과 성신이 일에 따라서 경고함으로써 살펴서 깨닫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즉 사람의 일에 따라 하늘이 감응하여 그에 맞게 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의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맹자는 “천시가 이롭다 해도 땅의 형세가 유리한 것만 못하고, 지리상으로 유리한 형세도 사람들이 화합하여 단결하는 것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고 하였다. 하늘과 땅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단합이라는 말이다.


하늘이 상으로 보여주듯, 옛 성현의 말은 지금 우리 현실에 명쾌한 답을 보여준다. 그것은 위정자는 민중의 뜻, ‘여론’이 무엇인지 알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을연(충남역사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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