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지난 4월 27일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이후 깜깜이 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언론들 역시 중앙 의제로 인해 이번 지방선거가 실종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이 같은 푸념이 올해는 더 반갑지 않다. 무산되긴 했지만 자치분권 개헌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기에 그 상실감이 더 크다.

6·1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지나칠 정도로 조용하다. 각 정당의 공천 경선이 마무리 되면서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어야 하지만 좀처럼 선거 이슈가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지역 언론은 6·13 지방선거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의미한 판세분석과 후보자들의 일방적인 보도자료에 의존한 보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출마 후보들에 대한 검증도, 정책을 꼼꼼히 분석한 보도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하다못해 이번 지방선거 의제로 무엇이 쟁점이 되고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지역 언론은 의제설정 기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언론은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과 이슈를 분석하고, 이를 지방선거 국면에서 주요한 의제로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을 마련 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전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판세분석과 후보 간 공방, 제기되는 각종 의혹을 보도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 역시 짜임새 있는 판세 분석이나 후보자 간 공방을 통해 지역 언론이 제공하는 선거보도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선거의 쟁점과 정책 이슈를 만들고, 이에 대한 분석과 검증 보도 없이 오로지 판세분석에만 매몰된 보도는 문제가 많다. 가뜩이나 중앙 정치의 영향력이 큰 한국 정치 상황에서 깜깜이 선거를 우려하는 지역 언론 스스로 지방선거 의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다. 이 같은 선거보도의 문제는 한 두 해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지난 2010년을 전후해 갈수록 선거보도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유권자 중심보도, 정책 검증 보도의 중심의 선거보도를 표방하며 내세웠던 각종 선거보도 기획 보도는 사라진 지 오래다. 유권자들의 생각이나, 지역 전문가를 섭외 해 지방선거 의제를 설정하고 유권자들에게 제시했던 정책 보도들은 자취를 감췄다. 각 언론사마다 사고를 통해 제시하던 선거보도 준칙과 선거보도 특별취재팀조차 보이질 않는다.

이제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는 지역 언론이 언론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한다. 지금처럼 쉽고, 편한 선거보도는 지역 언론에게도, 지역 유권자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판세분석과 후보들 동선만 뒤쫓기 보도는 이미 충분하다. 남은 한 달. 각 언론사별로 이번 지방선거의 쟁점 의제가 무엇인지 보도하는 기획 기사만이라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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