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긍정과 성찰의 여유로움
진솔한 詩語로 작품 67편에 담아내

목전에 둔 경칩
간밤에 비 내려
대지는 생기를 품어 안는다

봄 향기 그리워
내가 어느덧 냇가에

아직도 찬바람
냉냉한 잔물결 일으키고
선잠 깬 개구리는 또 속았다

능수버들가지
부들부들 늘어지다
부처님처럼 실눈 뜨던
목련몽우리 다시 감는다

전령사들 바삐 움직이지만
동춘(冬春)전쟁 얼마나 더해야
봄이 차지하는 걸까

-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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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명 시인

봄이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소리 소문 없이 여름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우린 봄이 남긴 한 줄기 향기를 놓지 못하고 여전히 봄을 기다린다. 요즘 들어 유난히 봄이 빨리 왔다가는 탓이다. 하지만 조남명 시인의 시에는 늘 봄의 내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 속에는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통해 삶을 성찰하는 봄의 여유로움이 담겨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그의 삶을 응시하고 이를 대하는 진솔함, 그리고 삶의 속살을 눈여겨 볼 수 있다.

조 시인이 시집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도서출판 이든북)’을 펴냈다. 2009년 월간 ‘한울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지난 9년간 ‘사랑하며 살기도 짧다’, ‘그대를 더 사랑하는 것은’, ‘세월을 다 쓰다가’, ‘향기는 스스로 만든다’ 등 네 권의 시집을 펴낸 그는 이번 다섯 번째 신간엔 삶을 향한 따뜻한 긍정과 생을 지향하는 알레고리를 펼쳐놓았다. 1부 ‘나뭇잎 하나’, 2부 ‘접시꽃’, 3부 ‘세상이 거울’, 4부 ‘미안합니다’ 등 67편의 시들을 통해 그가 제시하는 시적 감동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잔잔한 그의 시에서 생(生) 비유를 펼쳐내는 시의식을 읽어내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조 시인은 충남도청에서 공직자 생활을 하면서도 한울문협 충청지회장, 서구문학회 부회장, PEN 문학 운영위원 등을 지내며 활발한 문단 활동을 펼쳐왔다. 조 시인은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많은 시들이 얼마나 살아서 남을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시집을 내놓는다”며 “누군가 단 한사람의 가슴에라도 작은 위안과 감동을 줄 수 있으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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