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우려
“전수조사 통한 진단, 법적 기준 마련 필요”

대전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 씨는 최근 ‘기준치를 넘는 방사능 검출 침대’ 소식을 접하고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가족이 전부 침대를 쓰고 있는데 혹여 자신이 쓰는 침대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A 씨는 “너무 찝찝하고 기분이 안 좋다. 건강을 생각해 침대를 샀는데 건강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뤄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조사결과 발표가 시민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모양새다. 원안위는 당초 문제의 침대에 대해 ‘방사선 피폭선량 기준 이하’ 판정을 내렸지만 닷새 만에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의 최고 9.3배에 달한다는 뒤집힌 조사 결과를 지난 15일 내놨다. 시민 B 씨는 “조금 늦게 발표하더라도 제대로 검사해서 발표를 했어야지 이런 식이면 조사결과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앞선 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온 건 매트리스 구성품인 스펀지가 추가됐기 때문이라고 원안위는 설명했다. 원안위는 대진침대에 대한 2차 조사결과, 침대 매트리스 모델 7종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활방사선법)’의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결함제품으로 확인돼 수거 명령 등 행정 조치한다고 밝혔다.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 제4조 제1항엔 가공제품에 의한 일반인의 피폭방사선량 기준은 연간 1mSv(밀리시버스)를 초과하지 않도록 돼 있다. 그러나 원안위의 2차 측정·분석·평가 결과, 2010년 이후 생산된 그린헬스2, 네오그린헬스, 뉴웨스턴슬리퍼, 모젤, 벨라루체, 웨스턴슬리퍼, 네오그린슬리퍼 등 7종의 경우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환경보건 관련 시민단체는 문제가 드러난 침대뿐만 아니라 시중에 유통되는 침대 제품 전반에 대한 긴급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가 된 침대 외에도) 다른 회사의 침대제품에서도 모나자이트 등의 방사능물질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한민국 침대 제품 모두에 대한 긴급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안전 기준과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B 씨는 “정부가 법적 기준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기준만 맞으면 제품을 팔 수 있으니 결국 꼼꼼한 기준을 만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진성·강정의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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