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회에 이어서) 그가 미션센터에서의 모든 과정을 잘 이수하고 자활에 성공한 후 헤어졌던 가족도 다시 만나게 되는 등 이전의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찾은 행복을 맘껏 누리고 있을 즈음 하루는 미션센터 목사님이 찾아와 돈 버는 것도 좋지만 아직도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일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더란다. 그래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센터 실무책임자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인생이 마약중독으로 끝났다고 여겨졌을 때 미션센터를 만나 다시 일어선 것처럼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보람차다고 했다.(참고로 미션센터의 급여는 이전직장의 1/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벧엘의집도 언제가 기회가 되면 미션센터의 운영방식을 모방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활공간을 층별로 나누고 각종 재활, 자활프로그램을 각 사람의 필요에 맞게 운영하려면 시설규모가 지금보다는 몇 배 더 커져야 하고 실무인력도 몇 배 더 많아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예산이 몇 곱절 더 필요하기에 현재 벧엘의집 수준으로는 그저 꿈에 불과한 것들이다. 또한 미션센터가 자활을 위한 프로그램 중에 가장 강조하고 있는 영성훈련도 대부분의 예산을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에서는 영성훈련이 특정종교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인권보호 차원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미션센터도 영성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연방정부에서 지원하겠다고 한 것도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사자를 실무자로 채용하는 것은 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방법을 모색하다가 2013 년 ‘노숙인 등 자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법정실무인력이 대폭 늘어나게 되어 그중 일부를 당사자들의 자리로 만들게 된 것이다.(현재 전체 9명의 실무자 중에 3명이 당사자들이다.) 그런데 그동안 건물관리 업무를 맡아 열심히 잘 하던 박OO 선생님이 그만 폐암과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다가 몸이 너무 지쳐 그만두게 됐다. 그 자리는 원래 당사자 몫이기에 다시 울안공동체에서 사람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실무진들은 이번만큼은 당사자가 아닌 외부에서 사람을 구하자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래도 원칙을 깰 수 없으니 최대한 울안공동체 식구 중에 가능한 사람을 찾아보자고 팀장님을 설득했다.

사실 내게는 ‘다시 한 번’이라는 생각으로 염두에 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OO이 그만두기 한 달 전쯤 처음 그 자리에서 일을 했던 황OO이 다시 울안공동체로 들어온 것이다. 당시 황OO은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져 내게 보기 좋게 한 방 먹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2013년 야심찬 계획을 단 3개월 만에 좌절하게 만든 사람이 때마침 다시 울안공동체로 들어와 이제는 술도 완전히 끊었고 평생 목사님과 함께 하겠다고 하니 이는 또 무슨 조화인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힐 즈음 우리 팀장님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실무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연발한다. 간신히 팀장님을 설득하여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지켜보자고 하고는 황OO에게 앞으로 면접까지 2주가 있으니 그동안 팀장님께 변화된 모습을 보이라고 했다. 어떻게든 그 자리만큼은 다시 한 번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3개월이어도 좋다. 지금처럼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새롭게 살아가려는 의지만 있으면, 아니 자신의 잘못된 부분들을 고치려고만 한다면 최소한 우리는 인정하고 기다려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1개월이 지났다. 아직은 약속한 대로 비록 역량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감사하기만 하다. 가다보면 다시 위기는 오겠지. 바로 그 때, 그 위기를 잘 극복하고 그의 말대로 평생 함께하는 동지가 되기를 기도한다. 황OO, 힘내시게. 힘들고 어려울 때, 평생 함께하겠다던 약속을 기억하고 이겨낼 수 있기를….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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