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지 옮긴 대학생 투표율 저조
지역에 대한 이해·관심 떨어져
캠퍼스 내 정치교육 활성화 필요

#. 충남 천안이 고향인 대학생 윤기환(26) 씨는 최근 주소지를 옮기면서 난생 처음 대전에서 투표에 참여하게 됐다. 하지만 지역에 연고가 없어 선거에 나온 후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한 정보가 없는 탓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선거철만 되면 대학생들의 저조한 투표율이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그러나 투표를 하고 싶어도 쉽사리 투표장으로 발걸음하기 주저하는 이들도 있다. 타 지역에서 온 대학생들이 그런 경우인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들이 제대로 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캠퍼스에서 선거 분위기를 체감하기 어렵다. 낡은 정치에 대한 젊은 층의 뿌리 깊은 불신이 깊게 자리한 탓이다. 대학생 권중길 씨는 “매번 선거에 참여해 국민으로서 가진 주권을 행사해왔지만 한 번도 ‘이 사람이 정말 잘할 것 같다’라고 생각하고 찍은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젊은 세대들을 위한 정책이 없고 오로지 지역 개발, 중·장년을 노린 선심성 공약만 많아 관심을 갖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일각에선 다른 이유로 투표를 망설이는 대학생들도 있다. 본래 대전이 고향이 아닌 경우인데 자취를 하거나 여러 사정 때문에 주소지를 옮겨 전혀 다른 환경에서 투표에 참여해야 해서다. 기존 고향에선 그나마 누가 누구인지는 알고, 지역의 현안이 무엇인지 부모님이나 주변 지인들로부터 익히 들어와 선거 참여가 어렵지 않았지만 새로운 곳에서 투표는 매우 낯설다. 최근 주소를 대전으로 옮긴 전민웅(23) 씨가 “후보도 모르고, 지역의 중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누굴 찍어야 하는 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타 지역 출신 대학생들의 ‘깜깜이’ 선거가 우려된다. 모두 7명을 뽑는 지방선거는 지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 어려워서다.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성숙한 민주의식을 함양하도록 하기 위한 관심이 절실한 이유다. 최호택 배재대 법무·법학대학원장은 “타 지역 출신 대학생들을 아우르고 젊은 세대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제도의 변화가 절실하다”며 “학교 교육과정에서 후보자 공약을 조사하거나 이를 평가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실시해 정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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